美 '카플레이션' 꿈틀…월가 "금리인하 물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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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美 수출가격 높여…중고차 시장도 '들썩'미국이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인 27일(현지시간) 차량 가격 인상이 현실화했다.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가 미국 판매가를 10% 올리면서다. 중고차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월가에선 벌써부터 ‘카플레이션’(차 값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물가 상승으로 올해 기준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수입차 관세 발표 하루 만에…
페라리, 가격 최대 10% 인상
월가 "자동차값 1.5만弗 뛸수도"
트럼프 관세, 인플레 자극 우려
"일시적인 현상이란 확신 없어"
Fed서 '금리 동결' 목소리 확산
◇가격 인상 신호탄 쏜 페라리

번스타인은 이번 수입차·부품 관세로 미국의 평균 신차 가격이 대당 6250달러(약 910만원)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예상 관세 세수 1000억달러를 지난해 미국 판매 차량 대수인 1600만 대로 나눈 결과다. 골드만삭스는 수입차 가격이 대당 5000~1만5000달러, 국내 차량가는 부품 관세 등으로 최대 8000달러 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미국 평균 신차 가격은 약 4만8000달러다.
저가 차량은 관세 직격탄을 맞게 됐다.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3만달러 미만에 판매되는 차량은 총 20종으로 절반 이상이 관세 부과 대상이다. 에린 키팅 콕스오토모티브 애널리스트는 “가장 인기 있는 3만달러 미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크로스오버는 한두 대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외국산”이라고 짚었다. 한국 등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현대자동차 베뉴, 한국GM의 쉐보레 트랙스·트레일블레이저의 판매고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고차 시장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공급 대란이 불거지며 재고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백악관에서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관세 부과 이후 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은 그러한 움직임(가격 인상)을 좋지 않게 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고, 참석자들은 가격을 올리면 불이익을 받을까 봐 우려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매트 블런트 미국자동차정책위원회 회장은 “시간이 지나며 관세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관세 영향 ‘일시적’ 확신 없어”
연이은 관세 충격이 미국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미 중앙은행(Fed) 내에서는 금리 인하를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수잔 콜린스 보스턴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관세가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율을 상승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의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Fed는 올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전망에 반기를 든 것이다.전날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 역시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며 “2차적 영향으로 Fed가 금리를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면 그런 영향은 간과할 수 있다”고 말한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웰스파고는 현재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발표한 모든 관세가 시행될 경우 지난 1월 전년 대비 2.6% 상승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지수가 올해 말 2.8%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근원 PCE는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물가 지표다. 신차·중고차 및 자동차 부품 판매가 근원 PCE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달한다.
월가 일각에서는 “올해 금리 인하는 끝났다”는 말도 나온다. 브라이언 모이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 관세로 차량 가격이 오르고 차량 구매는 둔화될 것”이라며 “Fed가 인플레이션을 ‘끈적하다’고 판단하는 만큼 올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