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강진…1000㎞ 떨어진 방콕 빌딩까지 붕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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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7.7 지진에 사상자 속출…인접국까지 충격파
진앙은 제2도시 만달레이 부근
수도 네피도 도로 휘고 빌딩 붕괴
수년째 내전 아픔 속 '악재' 덮쳐
병원 응급실 앞에 부상자 긴 줄
인근 태국도 국가비상사태 선포
중국 남서부까지 "진동 느껴져"
유럽지중해지진센터와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이번 강진의 진앙은 인구 120만 명의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서남서쪽으로 33㎞, 수도 네피도에서 북북서쪽으로 248㎞ 떨어진 지점이다. 진원 깊이는 10㎞로 관측됐다.
뉴욕타임스는 만달레이 종합병원 의료진을 인용해 “현재까지 사망자가 최소 20명, 부상자가 최소 300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사상자 전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스코틀랜드 출신 관광객 프레이저 모턴은 AP통신에 “방콕의 쇼핑몰에 있다가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곧이어 비명과 함께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됐다”며 “고층 건물에서 멀리 떨어진 공원으로 대피했다”고 밝혔다. 이날 지진 여파로 태국 증권거래소는 모든 거래를 중단했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수년째 진행 중인 내전으로 미얀마의 치안, 의료 등 사회 시스템이 매우 취약해진 상태여서 대규모 피해가 우려된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강진 피해를 본 6개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사회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요청했다.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은 우리 국민의 피해 여부를 파악 중이다. 미얀마 한인회와 미얀마 양곤지회도 교민들의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미얀마에 있는 교민은 2000여 명, 태국은 2만200여 명에 달한다.
미얀마는 여러 개의 지각판이 맞닿은 곳에 있어 이전부터 지진 위험지역으로 꼽혀왔다. 미얀마는 인도판과 유라시아판, 순다판, 이보다 작은 버마판 등 최소 4개 지각판 사이에 끼어 있다. 특히 이번 지진이 발생한 만달레이 인근은 인도판과 순다판, 인도판과 버마판의 경계에 있는 ‘사가잉 단층’ 위에 놓여 있다. 사가잉 단층은 약 1200㎞ 길이로 미얀마 국토를 남북으로 관통하고 있다. 이 단층 선상에는 이번 지진으로 큰 타격을 받은 만달레이를 비롯해 네피도, 양곤 등 미얀마의 주요 도시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미얀마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은 이 단층에서 일어난 경우가 많았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