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강진…1000㎞ 떨어진 방콕 빌딩까지 붕괴 [영상]

규모 7.7 지진에 사상자 속출…인접국까지 충격파

진앙은 제2도시 만달레이 부근
수도 네피도 도로 휘고 빌딩 붕괴
수년째 내전 아픔 속 '악재' 덮쳐
병원 응급실 앞에 부상자 긴 줄

인근 태국도 국가비상사태 선포
중국 남서부까지 "진동 느껴져"
미얀마 중부 내륙에서 28일 낮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 여파로 미얀마 전역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앙지로부터 1000㎞ 떨어진 태국 수도 방콕에서조차 강력한 진동이 닥치면서 고층 빌딩이 붕괴됐다. 태국 증권거래소는 거래가 중단됐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와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이번 강진의 진앙은 인구 120만 명의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서남서쪽으로 33㎞, 수도 네피도에서 북북서쪽으로 248㎞ 떨어진 지점이다. 진원 깊이는 10㎞로 관측됐다.
지진으로 네피도의 도로가 휘었고 건물 천장에서 조각이 떨어졌다. AFP통신은 미얀마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10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응급실 밖에는 부상자들이 줄을 서서 치료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현지에서는 고속도로와 건물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CNN이 현지에서 입수한 영상에는 만달레이를 가로지르는 이라와디강의 다리가 먼지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무너지는 장면이 담겼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CNN에 “1분 정도 지진이 느껴져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며 “매우 갑작스럽고 강한 진동을 느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만달레이 종합병원 의료진을 인용해 “현재까지 사망자가 최소 20명, 부상자가 최소 300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사상자 전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 공사중이던 30층 빌딩 와르르 > 28일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 지역에서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1000㎞ 떨어진 태국 방콕까지 충격을 미쳤다. 이날 방콕에서 건설 중이던 30층 높이의 건물이 무너지면서 최소 3명이 숨지고 90명이 실종됐다. 작은 사진은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구조 중인 모습. /AFP연합뉴스
태국 방콕에도 강력한 진동이 닥쳤다. AP통신에 따르면 방콕에서 건설 중이던 고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3명이 숨지고 90명이 실종됐다. 태국 북부 치앙마이의 한 주민은 “집에서 자고 있을 때 (지진) 소리를 듣고서 잠옷 차림으로 건물 밖으로 최대한 멀리 달아났다”고 AFP에 말했다. 방콕이 세계적인 관광지이다 보니 한국 여행자를 비롯한 방문객들의 목격담도 다수 전해졌다. 한국인 정모씨는 “방콕 두짓타니호텔에 있다가 지진이 나서 손님 수백 명이 뛰쳐나왔다”며 “호텔 가운만 입은 사람, 옷을 거의 벗고 뛰어나온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스코틀랜드 출신 관광객 프레이저 모턴은 AP통신에 “방콕의 쇼핑몰에 있다가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곧이어 비명과 함께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됐다”며 “고층 건물에서 멀리 떨어진 공원으로 대피했다”고 밝혔다. 이날 지진 여파로 태국 증권거래소는 모든 거래를 중단했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중국 남서부 윈난성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다고 중국 지진당국이 전했다. 윈난성 루이리에서는 건물이 파손되고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째 진행 중인 내전으로 미얀마의 치안, 의료 등 사회 시스템이 매우 취약해진 상태여서 대규모 피해가 우려된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강진 피해를 본 6개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사회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요청했다.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은 우리 국민의 피해 여부를 파악 중이다. 미얀마 한인회와 미얀마 양곤지회도 교민들의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미얀마에 있는 교민은 2000여 명, 태국은 2만200여 명에 달한다.

미얀마는 여러 개의 지각판이 맞닿은 곳에 있어 이전부터 지진 위험지역으로 꼽혀왔다. 미얀마는 인도판과 유라시아판, 순다판, 이보다 작은 버마판 등 최소 4개 지각판 사이에 끼어 있다. 특히 이번 지진이 발생한 만달레이 인근은 인도판과 순다판, 인도판과 버마판의 경계에 있는 ‘사가잉 단층’ 위에 놓여 있다. 사가잉 단층은 약 1200㎞ 길이로 미얀마 국토를 남북으로 관통하고 있다. 이 단층 선상에는 이번 지진으로 큰 타격을 받은 만달레이를 비롯해 네피도, 양곤 등 미얀마의 주요 도시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미얀마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은 이 단층에서 일어난 경우가 많았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