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케어젠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와 다른 타깃 선택한 배경은

기존 빅파마 의약품 모두 ‘VEGF-A’
리제네론 “VAGFR1과 2 차단” 강조

필요한 기능인 VEGFR2, 대체 불가
VEGFR2 아직 임상 데이터 검증 無
케어젠이 세계 최초로 점안제 형태의 황반변성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 출시된 빅파마의 의약품과 다른 타깃을 선정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케어젠은 습성 황반변성(wAMD) 신약 파이프라인 CG-P5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차별점은 주사형태가 아닌 점안제라는 점이다. 안구에 주사하는 치료제보다 투약성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블록버스터 VEGF-A 타깃

경쟁 약물은 리제네론의 아일리아, 노바티스의 루센티스, 로슈의 바비스모가 있다. 이들 3개 약물은 안구내 직접 주사하는 제형이다. 아일리아는 지난해 매출 95억5000만 달러(14조480억원)로 황반변성 치료제 1위를 차지했다. 루센티스는 35억4000만 달러, 바비스모 43억 달러를 기록했다.

습성 황반변성에서 황반변성이란 황반이 망가지는 변성이 일어난 것이고, 습성이란 본래 있어서 안 되는 혈관이 자라나 망막출혈, 진물로 인한 망막부종 등 불필요한 삼출물이 가득하다는 의미이다. 비정상적인 혈관으로 인한 삼출물이 황반을 가리면 시력을 잃게 된다.

현존하는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는 새로운 혈관 생성을 유도하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를 억제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아일리아는 VEGF-A, VEGF-B 및 PlGF를 타깃한다. 루센티스는 VEGF-A, 바비스모는 VEGF-A와 Ang-2를 타깃한다. 3개 약물은 공통적으로 VEGF-A를 타깃한다.

VEGF-A 리간드와 VEFGR2 수용체는 비정상적인 혈관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혈관 신생을 촉진하는 신호 전달 체계를 형성한다. VEGF-A는 열쇠, VEGFR2는 자물쇠로 비유할 수 있다. VEGF-A는 VEGFR1과 VEGFR2라는 두 가지 유형의 자물쇠를 열 수 있는 특수 열쇠다. VEGF-A 열쇠를 차단하면 눈에서 VEGFR1와 VEGFR2 잠금장치가 열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VEGFR2는 황반변성에서 비정상적인 혈관 성장과 누출을 담당하는 핵심 잠금장치다. VEGF-A가 이 잠금장치를 열면 새로운 혈관 형성과 망막으로 체액이 누출돼 시력을 잃게 된다. VEGFR1은 주로 염증을 조절하고 혈관을 안정화하는 자물쇠다. VEGF-A가 이 자물쇠를 열면 염증을 일으키고 면역 세포를 망막으로 끌어들여 기존 진행 중인 황반변성을 악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중항체 신약 바비스모가 아일리아의 아성을 위협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아일리아가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는 배경은 VEGFR1을 타깃할 수 있는 여러 리간드(PlGF/VEGF-B)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루센티스와 바비스모도 VEGF-A 타깃하기 때문에 기전상 VEGFR1에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아일리아보다 VEGFR1 억제 기능이 약하다고 평가한다.

리제네론 측은 아일리아 연구 논문에서 VEGFR1와 VEGFR2를 모두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리제네론은 “아일리아는 VEGF-A, VEGF-B, PlGF를 포함한 여러 VEGFR1 및 VEGFR2 리간드를 중화시켜 항혈관신생 효과를 나타낸다”며 “아일리아만의 고유한 특징으로 경쟁 약물에 비해 더 광범위한 수용체 억제를 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케어젠만 VEGFR2 직접 타깃

종합해 보면 현재 3개의 블록버스 약물은 열쇠인 VEGR-A를 공통적으로 타깃한다. 신생 혈관 생성과 밀접한 자물쇠인 VEGFR2를 직접적으로 타깃하지 않는다. 후속으로 개발되고 있는 황반변성 치료제 신약 개발사들 역시 열쇠 자체를 차단해 VEGFR2가 메인, VEGFR1을 보조 역할로 이 두개의 자물쇠가 활성화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 배경에는 사람에서 검증된 임상 안전성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VEGR-A는 다국적 제약사가 황반변성 치료제 임상에서 수십년 동안 검증된 타깃이다. 반면 VEGFR2은 아직 임상 데이터가 없다. 따라서 케어젠의 이번 CG-P5의 임상이 사람에게서 효능을 입증하는 첫 데이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VEGF-A와 VEFGR2는 우리 몸에서 꼭 필요한 정상적인 역할을 하는 점도 변수로 작용한다. VEGF-A는 건강한 혈관을 유지하고, 상처 치유 및 신경 기능을 도와준다. VEGFR2는 혈관 복구, 상처 치유 등의 역할을 한다. VEGF-A 열쇠를 차단하면 다른 보조 열쇠(VEGF-C, PlGF)가 작동해 정상적인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VEGFR2를 대체하는 백업 잠금장치는 없다.

케어젠의 CG-P5는 자물쇠인 VEGFR2만 타깃한다. VEGFR2만 타깃하는 것과 관련해 케어젠 관계자는 “습성 황변성의 주요 원인인 혈관신생은 VEGFR2가 주요 작용기전이기 때문에 VEGFR2만을 차단하지 않고, VEGFR1까지 차단하는 것은 신생혈관이 갖는 순기능을 방해해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훨씬 많다고 우리는 판단하고 있다”며 “질환의 원인이 되는 VEGFR2의 기전을 억제하는 물질을 개발하면, 효과나 부작용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나 다른 약물들은 병변 부위에 직접 주사하기 때문에 초반의 약효는 점안제인 우리 약물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그만큼 부작용이 더 크게 올 것으로 판단한다”며 “우리는 점안제로 안구의 망막까지 도달해야 하고 그 양 또한 주사제보다는 작겠지만, 원인이 되는 VEGFR2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약효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VEGFR1이나 리간드들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안구내에 있는 VEGF-A가 습성 황반변성의 원인이 되는 시그널인 VEGFR2와 결합하지 않고, VEGFR1의 작용기전을 타 VEGF의 순기능을 유지하게 도움을 주는 기능도 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5년 3월 29일 13시02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