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새 83% 하락 금양, 대주주 '담보폭탄' 터지나 [선한결의 이기업 왜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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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광지 금양 회장. 사진 뉴스1
류광지 금양 회장. 사진 뉴스1
감사의견 거절로 상폐 위기에 몰린 금양의 최대 주주 류광지 금양 회장이 금양이 감사의견을 거절받기 직전 한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에 대해 금양 주식 30만주를 추가로 담보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담보로 잡혀있는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금양이 거래 정지를 해제받을 경우 반대매매 물량으로 인해 주가가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류광지 금양 회장, 감사의견 거절 3일 전 추가 담보 설정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류광지 금양 회장은 지난 18일 자신이 보유한 금양 주식 30만주를 부산은행에 추가 담보로 제공했다고 지난 25일 공시했다. 류 회장은 부산은행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 151억원을 받아둔 상태다.

이번 추가 담보 계약에 따라 부산은행이 대출 담보로 잡고 있는 금양 주식 수는 총 243만주가 됐다. 지난달 25일 공시를 기준으로 류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된 금양 총 지분(26.55%, 1698만4028주)의 14.3% 수준이다. 류 회장은 대구은행에서도 끌어놓은 주식담보대출 30억원에 대해 금양 21만5000주를 담보로 설정해둔 상태다.

류 회장이 은행에 주식 담보를 추가로 제공한 것은 최근 금양 주가가 급락해 기존에 맡겨둔 주식의 담보 가치가 함께 하락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에 받은 주식담보대출에 대해 주가가 확 빠지면 은행이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을 할 수 있다. 대출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 류 회장은 이미 지난달에도 담보비율 유지를 위해 주식 담보를 추가 설정했다.

주가 급락에 마진콜 부담 커져…'대량매도 리스크'

이 대출은 금양이 아니라 류 회장이 받은 개인 대출이다. 하지만 주식이 거래 정지 상태에 묶여있는 투자자 입장에선 손실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은행이 대출금 회수를 위해 주식담보대출 물량을 강제 처분할 경우 시장에 대규모로 물량이 풀릴 가능성이 있어서다. 단기간에 대량 매도가 발생하면 주가가 내리면서 투자자 심리가 더 위축될 수 있다. 대주주의 유동성 문제가 기업 주가 위기로 직결된다는 얘기다.

류 회장이 부산은행으로부터 끈 대출은 만기가 당장 내년 1월24일로 채 1년이 남지 않았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회수 압박이 높다는 의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18일에 담보를 추가 설정했고, 지난 21일 거래가 정지됐다보니 은행이 담보로 잡고 있는 금양 주식에 대해 곧바로 대응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상장폐지 위험이 생긴 상태에서 은행이 그대로 주식담보대출 연장을 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대출 만기를 수개월만 남긴 채 거래 정지가 됐다면 은행도 긴장할 수 밖에 없어 일단 거래가 재개될 경우 은행이 대출금 회수를 위해 담보를 처분하려 나설 수 있다”고 했다.

대량 매도 리스크는 또 있다. 류 회장은 작년 4월 홍콩 금융회사인 밀레니아캐피탈과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3800만달러를 조달했다. 류 회장이 밀레니아캐피탈에 금양 지분 1.59%(92만3466주)를 맡기고 자금을 빌린 구조다.

당시 금양이 맡긴 주식의 가치 평가 기준이 된 주가는 작년 4월17~23일 5거래일간의 종가 평균이다. 9만4480원으로 거래 정지상태인 현재 주가의 약 9.5배에 달한다.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은 주식담보대출과는 달리 만기 시점까지는 거래 상대방에게 명목상의 주식 소유권이 일단 넘어간다. 중도 매도 관련 조건은 계약마다 다르지만, 주식 담보에 대해 기술적으로 규정을 따져야 하는 은행과 달리 밀레니아캐피탈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선택에 나설 수 있을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한때 '세계 상승률 2위'…6개월새 83% 폭락

금양은 한때 이차전지 신사업을 내세워 시가총액 10조원을 넘봤다. 2023년 7월26일엔 장중 주가 19만4000원에 거래됐다. 그 해 금양은 블룸버그 세계 대·중견기업 가격수익(PR) 지수에 포함된 종목 2600여개 중 당해 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 2위에 올랐다. 금양의 전 홍보이사였던 박순혁 작가는 금양의 이차전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관련 종목을 소개하며 '밧데리 아저씨'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기업은 지난 6개월새 주가가 82.69% 폭락했다. 이차전지 사업 성과가 나지 않고 있어서다. 새 먹거리로 홍보했던 몽골 광산 개발 계획도 주가 발목을 잡았다.

금양은 당초 몽골 광산 매출이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공시했으나 불과 1년여만에 이를 66억원으로 대폭 하향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를 두고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난 5일 지정했다. 금양은 벌점이 누적된 영향에 관리종목으로도 지정됐다. 지난 10일엔 이에 따른 자동 편출 규정에 따라 코스피200, 코스피100, KRX100 등 국내 19개 지수에서 제외됐다.

거래 '일단정지'…"재개 시 반대매매 우려"

설상가상으로 이 기업은 지난 21일엔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외부감사인인 한울회계법인은 금양에 대해 지난해 132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6341억원 많은 상황이라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정상적으로 기업 운영을 지속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는 이에 따라 금양의 주식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절차에 착수했다. 실질심사 기간엔 주식 거래를 할 수 없다. 심사 기간은 최장 15일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거래가 재개될 경우 류 회장의 개인 대출로 인한 대량 매도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외국 금융사가 손실을 피하기 위해 주식을 선제 매도할 경우 주가에 하방 압력을 주고, 이에 따라 은행에서도 담보 강제 청산에 나서는 등의 악순환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금양은 거래정지 직전인 지난 21일 9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2023년 7월 최고가에 비하면 94.9% 폭락했다. 금양의 시가총액은 6332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