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맞으면 25+α…자동차·철강 韓기업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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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식화된 외국산 자동차 25% 관세율에 더해 상호관세가 추가로 얹어질 경우 경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101만5005대를 미국에 수출했는데, 향후 현지 캐파를 최대한 끌어올리더라도 50만∼70만대는 관세 영향권에 남는다.
S&P 글로벌은 관세 20% 부과 시 현대차·기아 영업이익이 최대 19%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멕시코·한국 수입차에 관세 25%가 부과되면 현대차·기아 EBIT(영업이익)가 34% 축소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미국 자동차, 부품·물류·철강, 미래 산업·에너지 분야에 총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대미 투자 등 개별 기업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다했다는 인식 속에서 상호관세 진행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는 미국에 진출한 이래 투자했던 205억달러(30조원)를 넘는 대규모 투자다. 또한 한국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에 호응했다는 의미가 있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으로 날아가 4년간 3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직접 전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현대차)는 관세를 낼 필요가 없다"고 화답했다.
다만 이게 상호관세율을 낮추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속단할 수 없다는 신중론이 교차한다.
철강 업계도 추가로 상호관세가 부과될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 자동차 강판 제품 등을 생산하는 대형 제철소를 새로 짓는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철강 제품에도 관세가 부과되면서 미국의 현대차 공장 등에 납품하는 철강재에 대한 관세 부담을 줄이고 미국 거래선에 안정적으로 철강을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포스코 역시 미국에 '상공정' 분야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공정은 고로나 전기로를 통해 철광석을 녹여 반제품을 만드는 공정을 의미한다.
트럼프 신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조선 및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 사업 등에서 한국이 최우선 파트너로 거론되면서 철강재 수출 등 신사업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대감도 흘러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반도체에 최소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예고한 만큼 정책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7.5%로 중국(32.8%),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보다도 낮았다.
또한 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생산을 한국이 주도하는 만큼 한국산 반도체의 대체재가 없어 관세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품목별 25% 이상의 관세에 상호관세도 더해지면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전해진다.
그렇지만 미국 현지 신규 공장 설립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절차가 까다로워 업계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각각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고 있거나 지을 예정이다. 다만 새로 공장을 지어도 완공까지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수조원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관세를 피하기 위해 공장을 짓는 게 이득일지 따져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타깃이 된 캐나다와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운영하는 배터리 업계와 가전 업계는 미국의 관세 정책 기조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관세 부과로 캐나다산 리튬, 니켈 등 소재 가격이 오르면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제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 대문.
캐나다는 북미 지역 핵심 광물 생산지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 진출해 왔다.
멕시코는 저렴한 인건비가 강점으로 꼽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과 TV 등의 공장을 운영해 왔다. LG전자는 현재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는데, 멕시코 관세가 현실화하면 주요 가전 생산지를 미국 현지로 옮겨 즉각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다양한 공급망을 준비해 미국 관세 정책에 적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