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미술시장의 왕좌, 홍콩을 뒤흔드는 중국 MZ 컬렉터들 [홍콩아트리포트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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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 열린 '홍콩아트위크 2025' 결산
아트바젤 홍콩, 중국 20~30대 컬렉터 중심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대교체 본격화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미국 불참 갤러리 다수
자산 현금화 나선 홍콩 부유층 "그림 팔자"
"홍콩 탈출 러시인가, 중국 컬렉터의 부상인가"

지난 달 26일에서 30일까지 열린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 2025’을 요약하는 질문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전 세계 미술 시장이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가운데 올해 아트바젤 홍콩은 참여 갤러리와 매출 등 숫자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정점에 비하면 여전히 거래액은 낮은 편이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은 회복했다는 분위기였다. 지난해에 이어 42개국 240개 갤러리가 참여했고, VIP 개막 당일 메가 갤러리들도 몇 시간 만에 잇따라 대작들을 판매했다.

메가 갤러리의 블루칩은 ‘완판’
아트바젤 홍콩은 2008년 ‘아트HK’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2013년부터 ‘아트바젤 홍콩’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올해 13년째 열리고 있는 행사에 매년 전 세계 컬렉터 8만여명이 방문, 거래 규모만 1조원을 넘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 동안 규모가 축소되고 파행하는 겪다 지난해 예년 규모를 회복했다.

마크 페이요 하우저앤워스 대표는 “(미술관 소장용 대형 설치 작품을 아트바젤 홍콩에 가져오는 일은) 10년 전에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우리가 아시아 시장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갤러리는 부르주아의 ‘COVE’를 한국인 컬렉터에게 200만달러에, 최근 전속 계약한 이불 작가의 회화와 조각 작품을 각각 26만달러, 27만달러에 팔았다.
아트바젤 홍콩이 열리는 홍콩컨벤션센터는 5일 내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지만, 빅토리아 항구 인근과 침사추이, 센트럴 등에서는 아트바젤 광고나 홍보물이 대부분 사라진 채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불과 한달 전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이 해산 절차를 밟으며 ‘홍콩의 민주주의는 끝났다’는 분위기를 반영하듯 페어장에는 광둥어 대신 만다린어를 쓰는 중국 본토 컬렉터들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아트페어 기간 동안 M+ 등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에선 중국 작가와 디자이너를 대대적으로 알리는 전시와 행사가 이어졌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호텔, 쇼핑몰, 갤러리와 미술관이 다채로운 행사를 벌이던 이전과 달리 ‘그들만의 축제’가 된 것 같다”며 “페어장 안과 밖의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고 전했다.
미중 무역 분쟁 상황을 반영한 탓인지 미국 컬렉터와 갤러리의 참여는 현저히 줄었다. 에드워드 타일러 나헴, 헬리 나흐마드 등 포스트 모던 블루칩 작품을 판매하던 미국 갤러리들은 올해 행사에 불참했다. 홍콩 페어의 터줏대감 격이던 레비고비 다얀도 불참했다. 2018년 개막 2시간 만에 3500만달러의 빌렘 드 쿠닝 작품을 판매하며 현재까지 홍콩 페어에서 가장 비싼 작품 기록을 갖고 있는 갤러리다. 이 갤러리는 작년 여름 5년 만에 홍콩 갤러리를 폐쇄하기도 했다. 클라우디아 알베르티니 마시모 데 카를로 수석 디렉터도 “아시아 신흥 컬렉터들은 아직 신중한 태도이지만, 장기적으로 세대 교체의 시기가 온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홍콩=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