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화가 김인중 신부의 빛과 색, 프랑스 '샹보르 성'을 비추다

[해외 전시 리뷰]

빛을 찾는 在佛 화가 김인중 신부
프랑스 샹보르 성

2025년 3월 29일 ~ 8월 31일
세계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의 거장 김인중 신부의 전시 <보이지 않는 색들> (Couleurs de l’invisible)이 파리에서 남쪽으로 170km 떨어진 샹보르(Châteaux de Chambord) 성에서 3월 29일부터 8월 31일까지 열린다.

김 신부는 1940년 한국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1969년 공부를 위해 스위스로 떠났다가 1974년 파리 가톨릭 도미니크회 사제 서품을 받고 이후 사제와 예술가의 길을 함께 걷고 있다. 김 신부의 작품들은 전 세계의 60곳이 넘는 성당과 수도원 그리고 공공건물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샹보르 성 앞에 선 김인중 신부 / 사진. © Jean et Thomas Kim
샹보르 성 앞에 선 김인중 신부 / 사진. © Jean et Thomas Kim
르네상스의 샹보르 성

샹보르 성은 유럽에서 가장 큰 (32km의 벽으로 둘러싸인 약 50km2) 산림 정원 안에 지어진 프랑스 르네상스 전통 양식과 프랑스 중세와 고전적인 이탈리아 양식이 혼합된 독보적인 건축 양식의 성으로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성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샹보르 성은 프랑스와 1세(François 1er)가 솔론느(Sologne) 지방에서 사냥을 즐기기 위해 지어진 숙소로 그 당시 왕족들은 거주의 목적이 아닌 일종의 별장으로 이러한 성들을 프랑스 전역에 건축하곤 했다. 사냥과 같은 여가를 즐기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왕이 나라의 곳곳을 방문하고 특히 지방에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왕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거주가 목적이 아니었던 이 시대의 고성들은 대부분의 공간이 비어 있고 왕과 그와 함께 움직이는 몇백 몇천 명의 사람들이 가구와 집기들을 가지고 함께 이동했다고 한다. 샹보르 성도 왕실 침실과 몇몇 공간을 제외하고는 가구가 거의 없는 텅 빈 성이었다.

건물 중앙의 혁신적인 이중 계단을 중심축으로 김 신부의 작품들은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은 흰 벽과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는 공간에 설치되어 더욱 돋보이고 그래서인지 방문객들에게 더욱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샹보르 성의 혁신적인 더블 계단 / 사진. © Sophie Lloyd - Domaine national de Chambord
샹보르 성의 혁신적인 더블 계단 / 사진. © Sophie Lloyd - Domaine national de Chambord
샹보르 성 입주 작가

샹보르 성은 2011년부터 약 30명의 예술가가 일정 기간 성에 입주하며 작품을 창작하고 성에서 전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에 초대된 김 신부는 2월 17일부터 이곳에서 머무르며 샹보르 성 수호성인 생 루이(Saint Louis, 루이 9세)에게 헌정하는 유화 신작 3점을 제작하였다. 김 신부는 그중 한 점을 선정하여 이번 전시에 소개하였다.
2025년 2월~3월에 샹보르 성에 입주하여 작업하는 김 신부 / 사진. © Sophie Lloyd - Domaine national de Chambord
이 작품은 색의 터치가 하늘로 치솟는 듯하며 하늘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힘찬 기운이 생 루이의 정신과 흡사한 것 같아 김 신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고 말했다. 생 루이는 나라가 자기 능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하늘이 주신 큰 선물로 여겼을 만큼 종교와 정의를 중요시한 위대한 성인이었는데 오늘날에도 이런 성인은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성의 3층에 위치한 900㎡ 공간에 김 신부가 프랑스와 독일의 유리 공방에서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 34점(총 56 피스), 유화, 도자기, 병풍, 부채 등이 전시되었다.
샹보르 성 입주 작업 중 제작한 작품 (2, 16m x 7m) 앞에서 입주 기간 중 도움을 준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김 신부 / 사진제공. 정연아
빛으로 그리는 그림

스테인드글라스의 화려한 색상과 햇빛의 성스러운 빛으로 어두운 실내를 밝혀주는 것처럼 김 신부는 사람들의 어둡고 우울한 마음에 희망과 위로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한다고 한다.

빛은 이번 전시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형 박스 구조물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광으로 순간순간 그 아름다움이 다채롭다. 패널 형식의 작품들은 조명을 통해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고 바닥과 벽에 유색의 그림자로 투사되어 마치 작품과 공간이 서로 어우러져 한 작품을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4대 예언자의 장미창, Basilique Saint-Julien, Brioude, 프랑스, 2009, Atelier Loire, Collection du Centre international du Vitrail / 사진. © Sophie Lloyd - Domaine national de Chambord
십자가, 2009, 70 x 70 cm, Atelier Loire, Collection ateliers Loire / 사진. © Sophie Lloyd - Domaine national de Chambord
김 신부는 전통적인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사용하는 납 막대를 사용하지 않는 현대적인 자유로운 기법을 통해 빛을 이용한 새로운 예술 작품을 창안해 냈다. 유리에 직접 그림을 그려(Glass painted) 가마에서 구워 내기도 하고, 열성형(Thermoforming) 기법과 유리를 겹쳐 붙이는 콜라주 기법을 통해 작품에 부조(浮彫)와 질감 효과를 주기도 한다.

또한 김 신부는 빛을 통과시키는 유리뿐만 아니라 캔버스, 도자기, 책, 직물의 불투명한 소재에 색의 터치와 번짐 효과를 통해서도 빛을 찾아낸다.
[좌] Cathédrale de la Résurrection 프로젝트, Evry, 프랑스, 1998, 앤티크 유리와 납, 에나멜과 그리자일, Atelier Loire, Collection du Centre international du Vitrail [우]Chapelle Saint-Guérin de Cupelin (디테일), Saint-Gervais-les-Bains, 프랑스, 2015, 유리에 그림을 그리고 열성형 Atelier Loire, Collection ateliers Loire / 사진. © Sophie Lloyd - Domaine national de Chambord
Atelier Loire와 Ateliers Derix에서 제작된 에나멜, 열성형, 콜라주로 제작된 작품들, 2009 – 2020 / 사진. © Sophie lloyd-Domaine national de Chambord.
문학은 김 신부의 삶에서 큰 자리를 차지한다. 김 신부는 미국 출신 프랑스 작가 줄리앙 그린(Julien Green), 중국 출신 프랑수아 쳉(François Cheng)과 오랫 동안 두터운 우정을 이어왔다. 특히 프랑수아 쳉은 김 신부의 그림 위에 시를 적어 두 사람의 우정과 진실 그리고 신앙에 대한 깊은 대화를 시각예술과 문학의 만남으로 표현하였다.
부채, Kim En Joong &amp; François Cheng / 사진. © Sophie lloyd-Domaine national de Chambord.
Writing, Kim En Joong &amp; François Cheng, 2017, Atelier Peters, Collection ateliers Peters / 사진. © Sophie lloyd-Domaine national de Chambord.
이번 전시의 타이틀 <보이지 않는 색들>의 의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성한 힘(Divinity, Mysticism)이 빛으로 인간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모습을 스테인드글라스로 형상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60년 이상의 나의 창작의 결실입니다. 샹보르 성의 숭고하고 고요한 공간에서 방문객들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의 찬란한 빛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 빛은 공간뿐만 아니라 그들의 영혼도 밝혀줄 것입니다." - 김인중

정연아 패션&라이프스타일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