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특수 잡아라"…폴란드 가는 은행들

우리銀, 바르샤바 지점 개소
지점 설치는 시중은행 최초
하나銀도 하반기 진출 채비

우크라 재건시장 5000억弗
동유럽 기업금융 거점으로
국내 은행이 폴란드 거점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폴란드가 2차전지 및 방위산업의 허브로 부상한 만큼 동유럽 기업금융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서 복구 사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 지점 개소식을 했다. 시중은행이 폴란드에 지점을 설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폴란드 카토비체에 2017년 2월 사무소를 개설한 뒤 지점 전환을 추진해왔다.

하나은행도 올 하반기 폴란드 지점 개소를 준비 중이다. 브로츠와프에 사무소 대신 지점을 곧바로 개설한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 첫 폴란드 법인 출범도 가시화됐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국내 은행 최초로 법인 설립 인가를 취득했다. 영업 인가 승인을 위한 작업을 마무리한 뒤 하반기 법인을 설립하는 게 목표다.

신한은행은 2014년부터 폴란드 브로츠와프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브로츠와프는 폴란드 최대 공업도시로,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다수 진출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3월 폴란드 페카오은행 내 코리아 데스크를 설립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올해 초 바르샤바에 사무소를 개소했다.

국내 은행들은 폴란드의 풍부한 기업금융 수요에 주목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2차전지 관련 기업이 폴란드에 진출한 데다 방산 수요도 많아지는 분위기다. 동유럽과 서유럽을 연결하는 지리적 강점이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기아 등 대기업 법인도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 기업과 거래하는 은행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는 의미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휴전 또는 종전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재건을 앞두고 건설·인프라 관련 기업이 동유럽 진출 관문으로 폴란드를 찾을 것이라는 게 은행들의 판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추정한 재건사업 규모는 5000억달러(약 73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적극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폴란드 금융감독청(KNF)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폴란드를 교두보로 삼아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에 ‘K금융’을 알리겠다는 게 당국의 구상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