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6개월이면 충분히 살릴 수 있는 기업"…홈플러스 회생의 갈림길
입력
수정
지면A30
폐점 땐 지역경제 직격탄
이용 늘면 회생 빨라질 것
황동진 사회부 기자

홈플러스 회생 절차를 지켜본 한 법원 관계자의 말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정상 영업을 이어가며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여론의 향방에 따라 회생 가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대주주 MBK파트너스를 향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자칫 홈플러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발길마저 끊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회생은 단순히 부실기업을 청산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 정상화를 목표로 삼아 기업을 되살리려는 법적 절차다.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에 대해 신속한 절차 개시를 결정한 것은 회생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회생 전문 변호사는 홈플러스가 임원들의 일부 급여에 대해 조기변제를 신청한 것을 두고 쏟아진 비판은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회생절차 중이라도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기업인데 임금 지급까지 비판하면 회사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비판 여론 때문에 기업회생 절차의 본질이 왜곡될 수 있다는 의미다.
홈플러스는 전국 126개 매장 중 66개가 수도권 외 지역에 있다. 지방 상권 소비자들에겐 필수 생활 인프라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문화센터를 이용하거나 특별한 일이 없는 주말에 가족들이 고민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도 대형마트다. 지역 상권의 중추 역할을 해온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지역 경제에도 고용 등의 측면에서 타격을 준다. 실제로 대형마트 1개 점포 폐점 시 직원 945명이 일자리를 잃고, 주변 점포 매출 감소로 429명의 추가 고용이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점포 하나가 문을 닫을 때 총 1374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의미로,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전체 소매 유통에서 온라인 매출 비중이 55.6%를 차지하는 시대다. 쿠팡의 공세에 이마트, 롯데마트마저 신규 점포 확장을 꺼리는 상황에서 홈플러스 자리를 채울 대안은 마땅치 않다.
대주주에게 잘못이 있다면 제대로 따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주주에 대한 과도한 비판 때문에 회생할 수 있는 기업이 도산한다면 그 피해는 협력업체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국민연금이 홈플러스에 수천억원을 투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오프라인 유통업 특성상 소비자들이 홈플러스를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이용하면 회생절차 졸업을 앞당기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법원이 회생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나선 만큼 이제는 소비자의 관심과 합리적인 판단이 국내 2위권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의 앞날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