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뼈 묻어라"…오리온 매출 1위 비결 '독한 현지화'

기업 인사이드

중국 법인 매출, 한국보다 많아
작년 1.2조…5년 연속 1조 돌파

中 주재원은 거의 韓 안돌아와
음식 등 현지문화 철저히 연구

마케팅·생산 책임자도 중국인
지역 딜러를 핵심 유통채널로
중국 법인으로 발령받은 오리온 직원들은 남다른 각오를 다진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거의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32년 전 중국에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그랬다. 한·중 수교 다음 해인 1993년 담철곤 회장은 중국 시장 개척의 첨병으로 뽑힌 베이징 사무소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중국에 뼈를 묻으셔야 합니다.” 기약 없이 떠난 오리온 중국 법인 직원들은 배수의 진을 치고 현지화에 매달렸다. 한한령 등의 여파로 중국에서 철수한 기업이 줄을 잇는 가운데서도 오리온이 수년째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비결이다.

◇2500억원 넘게 팔리는 오!감자

31일 오리온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법인 매출은 1조2701억원으로 5년 연속 1조원을 넘어섰다. 그룹 전체 매출의 41%를 중국에서 올렸다. 베트남(5145억원), 러시아(2305억원)는 물론이고 한국 매출(1조909억원)보다 많다. 중국 법인의 탄탄한 실적은 지난해 오리온이 1956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매출 3조원 시대를 열게 해준 기반이다.

중국에서 영업이익률은 19.2%로 한국 식품업계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안정적 영업 덕분에 오리온은 국내 식품업계에서 처음으로 중국 법인으로부터 배당금(1335억원)을 받았다. 오리온은 앞으로 매년 배당을 받기로 했다.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다. 오리온 중국 법인의 현지화 노력은 업계에서도 유별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중국 법인으로 떠난 주재원 가운데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은 한 손에 꼽힌다. 중국에서 일한 전우영 상무는 한국에 돌아왔다가 4년 만인 올해 다시 중국 법인 연구소장으로 떠났다.

신현창 오리온 경영지원팀 이사는 “중국 법인 직원은 식문화를 포함해 중국 문화 전체를 깊이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맛을 찾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랑팡, 상하이, 광저우, 심양 등 중국에서만 6개 공장을 운영하는 오리온은 중국인 입맛에 최적화한 상품을 생산한다. 중국인이 싫어하는 거친 식감을 없애는 건 기본이다. 석회질이 많은 현지 물로 한국에서 만든 것과 같은 품질의 초코파이를 구현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초코파이, 오!감자, 스윙칩, 예감 등 4개 제품은 지난해에만 현지에서 1000억원어치 이상씩 팔렸다. 초코파이 매출은 1905억원, 오!감자 매출은 2588억원에 이른다. ‘야투도우’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오!감자는 한국에서 접할 수 없는 다양한 맛의 제품을 선보였다. 토마토 맛, 스테이크 맛, 치킨 맛 등이다.

◇인력·유통망 효율화에도 공들여

오리온은 현지 인력과 유통망 효율화에도 공을 들였다. 공장 노동자를 포함해 중국 법인에서 근무하는 직원 5400여 명 가운데 한국인은 대표와 관리책임자, 재무 담당자 등 18명에 불과하다. 오리온 관계자는 “공장 노동자는 물론이고 제품 생산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최고책임자도 모두 중국인”이라며 “중국 진출 역사가 30년을 넘다 보니 현지인을 임원으로 채용했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유통망을 개편해 중국 시장을 더 효율적으로 파고들 방침이다. 지역 딜러와 비슷한 개념의 경소상을 제품 판매의 핵심 채널로 삼기로 했다. 오리온은 일부 제품은 경소상에 주면서도 일부는 대형 할인점에 납품하는 방식을 취해왔는데, 이제는 대형 할인점 납품조차 경소상을 통하도록 했다. 경소상의 힘이 세져 매출을 늘리는 데 유리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승준 오리온 대표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중국 법인의 유통망 개편이 어느 정도 마무리됨에 따라 올해는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간식점, 창고형 매장 등 성장 채널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