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안에 채권형 펀드로 '머니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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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피난처로 떠올라국내외 채권형 펀드에 개인투자자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면서다. 변동성이 크지 않고 안정적으로 초과 수익을 내는 단기채 펀드가 특히 부각되는 모습이다.
설정액 79조…올들어 18% 증가
국내채권형 ETF도 3.8조 늘어
KODEX종합채권, 3400억 유입
기관, 우량 단기채 펀드에 몰려
개인은 美 장기채 ETF 사들여
◇주식형 ETF 설정액 증가분 웃돌아

국내 채권형 펀드 중에서는 단기채 펀드에 가장 많은 돈이 몰렸다. ‘코레이트셀렉트단기채펀드’는 설정액이 연초 대비 1조4534억원 늘었다. 채권형 공모펀드 가운데 올 들어 설정액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듀레이션(가중평균 만기)이 1년 미만으로 짧은 전자단기사채와 기업어음(CP) 비중을 키운 상품으로, 연초 대비 수익률이 1.06%다. 같은 기간 대표적인 파킹형 상품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추종형 ETF(0.8~0.9%)보다 수익률이 높다.
우량 회사채와 국고채를 담아 안정성이 높은 종합채 ETF에도 관심이 쏠린다. ‘KODEX 종합채권(AA-이상)액티브’는 올 들어서만 3406억원이 순유입됐다. 채권형 ETF 중 자금 유입액만 놓고 보면 전체 1위다. 동일한 유형의 ‘TIGER 종합채권(AA-이상)액티브’(2667억원)가 뒤를 이었다.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위험이 크지 않고 현금화도 쉬운 우량 단기채 펀드에 자금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질 전망이지만 인하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채권 투자에 유리한 상황이란 진단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듀레이션이 짧고 안정적인 단기채 상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파킹형 상품인 CD 금리 추종형 등보다 더 나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톱픽은 美 장기채 ETF
개인투자자는 미국 장기채 ETF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단기채보다 변동성이 크지만 금리 하락기에 더 큰 자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고배당으로 변동성을 줄여주는 커버드콜 전략을 사용한 ‘TIGER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액티브(H)’가 772억원으로 올해 개인 순매수 1위에 올랐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에도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 467억원이 몰렸다.지난해 미국 장기채 ETF 수익률은 곤두박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 등이 부채를 늘려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란 전망이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하지만 올해 들어 경기 침체 가능성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미 국채 금리는 하락(가격 상승)하고 있다. 작년 -12.58%를 기록한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수익률은 올 들어 4.26% 뛰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장기채가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했다”며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에 자본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고액 자산가도 장기채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