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공보다 경쟁률 4배 높지만…취업시장선 '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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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 부족한 AI 학과“인공지능(AI) 학과는 업계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전공자의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워요.”
대부분 신생학과…업계서 비선호
학부 졸업만으론 채용 가점 없어
국내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31일 “신입 직원 채용 과정에 신생 학과 출신을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적으로 AI 주목도가 커지면서 국내 AI 관련 학과가 대학의 ‘간판 학과’로 떠오르고 있다. 2025학년도 서강대 정시모집에서 36명의 신입생을 모집하는 ‘AI기반자유전공학부’엔 815명이 지원해 22.6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문·이과 대표 학과인 경영학과(4.49 대 1)와 컴퓨터공학부(5.69 대 1)보다 경쟁률이 4~5배가량 높다.
우수한 학생이 AI 학과로 몰리고 있지만, 취업시장에서 기업 채용 담당자의 선호는 아직까지 크지 않은 편이다. 기업들은 학부생을 전문가로 인정하기 어렵고, 몇 년 안 된 신생 학과인 만큼 졸업생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도 검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학 계열에서는 전공 지식을 얼마나 습득해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한데, 그중에서도 AI 분야의 경우 석·박사 수준의 지식이 기본적으로 요구된다는 것이다. 최재철 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AI 관련 기업의 리드 개발자도 대부분 박사 학위 소지자”라며 “기술 장벽이 높은 분야여서 학부에서 4년만 공부해서는 고도화된 AI 모델을 다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AI 학과 졸업생이 취업 시장에 나와 테크 기업에 지원하더라도 가점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기업들은 대부분 AI 관련 인재를 모집할 때 석·박사 학위자에게만 가점을 준다. 이 때문에 AI 학과 재학생은 복수전공을 선택하거나 대학원 진학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AI융합전공 2학년 서모군은 “AI 학과 주전공만으로는 컴퓨터공학과 졸업생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경제학을 복수전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