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사채 발행 러시…"신용도 하락·정치 불확실성에 실탄 확보"

1분기 이어 2분기도 역대 최대

CJ·롯데 등 21개社 이달 발행
4~5월에만 15조원 규모 전망
▶마켓인사이트 3월 31일 오후 2시 48분

“경기도 좋지 않은데 탄핵 선고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4~5월 중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

기업들의 1분기 회사채 발행 규모가 작년 역대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정치적 리스크로 시장이 갑자기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4월 회사채 시장을 찾을 예정인 기업은 21곳으로, 회사채 발행 규모가 총 4조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4~5월 두 달간 회사채 발행 규모가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1분기 회사채 발행 규모는 45조4285억원에 달했다. 역대 최대 기록인 지난해 1분기(38조7346억원)를 가볍게 넘어선 것이다. 2분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4월부터는 AA급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자금조달이 본격화한다. CJ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AA)은 공모 회사채 최대 6000억원어치를 모집한다. 물류 계열사 CJ대한통운(AA-)도 4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롯데그룹도 움직이고 있다. 롯데쇼핑(AA-)은 4000억원, 롯데리츠는 16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작년 그룹 캐시카우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도 위기로 1분기에 회사채 발행을 미룬 만큼 2분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LX그룹의 LX판토스(AA-), LX하우시스(A+)도 각각 2000억원, 15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만기보다 한 박자 빠르게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민자 석탄화력발전사 삼척블루파워(A+)는 오는 9월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지만, 5개월 앞서 회사채를 발행해 차환 자금을 미리 확보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AA)도 10월 만기 도래를 앞두고 선제 대응 차원에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통상 전쟁이 벌어진 데다 정치 불확실성까지 커지자 미리 실탄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용도 하락을 대비해 회사채 발행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올 들어 홈플러스, 엠에프엠코리아, 케이씨코트렐, 벽산파워 등이 신용등급이 강등되거나 부도 위기를 맞았다. 상반기 신용평가사들의 정기평가가 시작되면 석유화학·배터리·유통·건설업체 등의 신용도가 추가 하향될 가능성이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