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00억' 명품족 몰리더니…"다 날린 것 같다" 공포 확산

발란도 결국 기업회생 신청…'벼랑 끝' 명품 플랫폼
미정산 사태 악화일로…'티메프 악몽' 되풀이되나

최형록 대표 "단기 자금 경색"
M&A 추진해 변제하겠다지만
법조계선 "회생 가능성 낮아
파산 전 경영권 매각하려는 듯"

한경에이셀, 카드 결제액 추정
트렌비·머스트잇도 60% 급감
대규모 적자로 '위기설' 확산
명품 온라인 쇼핑 플랫폼 발란이 31일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지난 24일 셀러(판매자)에게 정산대금을 내주지 못한 지 1주일 만이다. 발란은 법원의 회생절차 인가 이전에 회사를 매각해 정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게 대체적 반응이다. 발란뿐 아니라 비슷한 사업을 하는 명품 플랫폼 대부분이 자금난을 겪고 있어 작년 ‘티메프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회생 인가 전 인수자 찾겠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이날 입장을 내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며 “올 1분기 계획했던 투자 유치 계획이 틀어져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졌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회사를 팔기 위해 이번주 매각 주관사를 지정할 것”이라며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 이전에 외부에서 인수자를 찾고 현금 흐름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어 “인수자를 찾게 되면 파트너사의 상거래 채권을 신속하게 변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반 소비자의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미지급된 상거래 채권 규모도 발란의 월 거래액보다 적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발란의 월간 거래액은 3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발란의 회생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며 변제할 자산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파산이 불가피하지만 경영권을 매각하기 위해 시간을 벌 목적으로 회생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기존에 최 대표가 추진하던 실리콘투 매각안은 사실상 폐기됐다는 게 유통업계 분석이다. 발란은 2월 말 경영권 매각을 전제로 실리콘투와 1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투자 계약을 맺었다. 실리콘투는 우선 75억원의 자금을 집행했으나 나머지 절반의 추가 자금을 집행할지 밝히지 않고 있다.

발란으로부터 정산금을 받지 못한 셀러들은 크게 동요했다. 한 셀러는 “당초 31일 정산금 지급 일정을 공지한다고 해놓고 이제 와 회생 신청을 한 것은 기만적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셀러는 “사실상 정산금을 다 날린 것 같다”고 했다.

◇유니콘 기업 후보에서 부실기업으로


셀러들 사이에선 머스트잇, 트렌비 등 다른 명품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들도 대규모 적자로 유동성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3월 1~3주(2~22일) 트렌비의 카드 결제 추정액은 전년 동기 대비 60.3% 급감했다. 2월 월간 카드 결제액은 약 3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4% 감소했다. 이는 2022년 1월 기록한 월간 최고치(228억원)에 비해 80% 넘게 쪼그라든 규모다.

머스트잇도 2월 카드 결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9.3% 감소한 약 19억원에 불과했다. 발란의 3월 1~3주 카드 결제 추정액 감소율인 약 36% 대비 감소폭이 더 컸다. 한 셀러는 “이번 사태로 아예 사업을 접는 셀러도 많을 것 같다”며 “한국 온라인 명품 플랫폼 시장이 붕괴할 수도 있다”고 했다.

명품 플랫폼은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난 뒤 명품 소비가 급증한 2021년 이후 급성장했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명품 플랫폼 간 최저가 할인 경쟁, 가품 논란, 명품 소비 감소 등의 여파로 2023년 이후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안재광/고윤상/황동진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