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7위 한화 '3세 경영'…김승연, 세 아들에 승계

㈜한화 보유지분 11.32%
김동관 등에 증여해 힘 실어줘
유증 둘러싼 승계 논란 해소
김승연 한화 회장(사진)이 보유 중인 그룹 지주사인 ㈜한화 지분 22.65%의 절반(11.32%)을 김동관 부회장 등 세 아들에게 증여한다. 삼형제의 보유 지분이 김 회장을 훌쩍 넘어선 만큼 재계 7위인 한화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산업계에서는 “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화 기업 가치를 일부러 낮추는 것 아니냐”는 등의 오해를 없애기 위해 한화가(家)가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 11.32%를 김동관 부회장(42), 김동원 사장(40), 김동선 부사장(36)에게 증여한다고 31일 발표했다. 김 부회장이 4.86%를, 김 사장과 김 부사장은 3.23%씩 넘겨받는다. 증여 절차가 마무리되면 세 아들이 보유한 ㈜한화 지분은 한화에너지 보유 지분(22.16%)과 합쳐 총 42.67%가 된다. 한화에너지는 삼형제가 100% 지분을 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실상 경영권 승계 절차가 완료된 셈”이라며 “김 회장은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경영 자문 등 후방에서 세 아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3세 경영이 공식화한 만큼 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오션·시스템·솔루션 등 조선·방산·석유화학 계열사 장악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한화생명·자산운용·투자증권 등 금융 계열사를 이끄는 김 사장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갤러리아·로보틱스 등 유통 분야를 맡은 김 부사장도 마찬가지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를 둘러싼 승계 관련 논란을 해소하는 동시에 3세 경영자들이 각자 맡은 사업을 키우는 데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한화와 한화에너지를 합병해 3세 경영자들의 지분율을 높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지분 교통정리' 끝낸 한화…승계 관련 3.6조 유증 논란 정면돌파

지난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표한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는 상당수 투자자들의 반발을 샀다. 사상 최대 유상증자를 한 이유가 경영권 승계 때문이란 의혹이 일어서다. 유상증자 직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 현금 1조3000억원을 쏟아부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삼형제가 거느린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가 들고있는 한화오션 지분7.3% 매입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텅 비게 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곳간을 채우기 위해 유증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한화가(家)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고려아연 유상증자 논란과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좌절되는 걸 감안할 때 이대로 두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김승연 한화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화 지분을 세 아들에게 물려주면서 승계 작업에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를 활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투자자 거센 비판에 결단

한화그룹은 31일 김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 22.65%의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한다고 31일 공시했다. 김동관 부회장에게 4.86%,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에게 3.23%씩 증여한다. 증여가 마무리되면 김 회장은 ㈜한화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그룹 지주사격인 ㈜한화의 지분율은 한화에너지 22.16%, 김 회장 11.33%, 김동관 부회장 9.77%, 김동원 사장 5.37%, 김동선 부사장 5.37% 등으로 재편된다. 한화에너지는 삼형제가 100% 지분을 보유한 만큼 ㈜한화에 대한 삼형제 지분율은 총 42.67%로 확대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와 한화에너지를 합병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그동안 상속 비용 최소화를 위해 두 회사가 합병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3일 한화임팩트(5.0%)와 한화에너지(2.3%)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주당 5만8100원, 총 1조3000억원에 매입했다.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1조3750억원)의 94.5%를 쓴 것이다. 투자자들은 유증 발표 이후 “세 아들에게 현금을 쥐어주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금을 다 쓴 뒤 유증에 나선 것”이라고 반발했다. 금융감독원도 “유상증자 목적으로 제시한 투자내역이 모호하다”며 보완·정정을 요구했다.

한화그룹은 이날 지분 상속 발표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분 매입은 한화오션의 해외 수주 활동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분 매입으로 한화오션의 지분 30.44%를 보유하게 됐다. 외국 정부와 협상을 하기 위해선 한화오션과 모회사의 신용등급이 중요한데, 이번 지분 매입을 통해 모회사 요건(지분 30% 이상)을 갖추게 된 것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의 지분을 지금 이 시점에 증여한 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신속히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화에어로 11조원 투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증 자금 3조6000억원에 더해 약 11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 중 유상증자로 3조600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7조4000억원은 향후 영업 현금흐름과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투자 대상은 △폴란드 등 유럽 현지 생산거점 확보 및 중동 지역 조인트벤처(JV) 설립 등 해외 매출 증대(6조3000억원) △첨단 방산 기술 개발 및 시장 선점을 위한 연구개발(1조6000억원) △지상방산 인프라 및 스마트팩토리 구축(2조3000억원) △항공 방산 기술 내재화(1조원) 등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1~2년 내 영업 현금흐름을 훨씬 초과하는 대규모 투자 소요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충분한 실탄을 마련해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또 2218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한화에너지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마련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룹 관계자는 “5년 분할 납부가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 재산과 주식담보 대출 등으로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김우섭/김진원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