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된 영덕 송이산, 피해 보상 못받는다

경북 농작물 피해면적 여의도 5배

자생 특산물은 피해 산정 어려워
사과 생산량 회복도 8년 걸릴 듯
산불에 전소한 경북 의성군의 한 사과창고.  뉴스1
산불에 전소한 경북 의성군의 한 사과창고. 뉴스1
경북 동북부를 휩쓴 초대형 산불로 마늘, 송이, 사과 등 지역 대표 특산물 생산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28일 주불이 잡힌 이후 의성, 청송, 영양, 안동, 영덕 등 5개 시·군에서는 농작물 재배지와 축사, 산림 등이 대거 소실됐다.

31일 경상북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농작물은 서울 여의도 면적의 다섯 배가 넘는 1555㏊가 불에 탔다. 산불이 진화되고 본격적인 피해 조사가 시작되면서 전날 558㏊보다 피해 규모가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과수원도 1490㏊가량 소실됐다. 소실된 농기계는 전날 1369대에서 2639대로, 시설하우스는 281동에서 290동으로, 축사는 51동에서 71동으로 증가했다. 농산물 유통가공 공장 7개와 축산창고 14동, 부대시설 958동도 불에 탔다.

송이버섯 주산지인 영덕은 4000㏊에 달하는 송이산이 잿더미로 변했다. 올가을 송이버섯 생산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송이는 산에서 자생하고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아 피해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현행법상 재난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피해 산주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영덕군 관계자는 “피해 접수를 받고 있으나 보상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사과 주산지 경북 청송에서는 200㏊가 넘는 과수원이 불에 탔고, 일부 나무는 열기에 그을리거나 연기에 노출돼 생육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지 농민들은 사과 생산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려면 7~8년은 걸릴 것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의성 마늘밭도 산불 피해로 잎이 누렇게 변하는 등 생육 장애가 나타나고 있어 수확량 감소가 우려된다.

축산 분야 피해도 속출했다. 안동, 청송 일대의 소·돼지 등 축사가 피해를 본 영향으로 경기도와 전남 일부 농가는 ‘반사 특수’를 누리고 있다. 농산물 외에도 산불로 소실된 산림 복구를 위한 조경 및 건설업계는 복구 수주 증가를 기대 중이다. 일각에서는 산림보호구역 해제와 관련한 개발 논의까지 나온다.

경북 지방자치단체들은 4월 8일까지 피해 조사를 이어가며 복구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지원 대상에서 빠진 품목이 많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