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의 은퇴사용설명서] 나이 들며 관심을 가져야 할 '5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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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자, 맹자, 노자, 장자, 손자를 다른 말로 표현해서 ‘오(5)자’라고 한다. 인생에 시련이 닥칠 때 우리는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의 지혜를 찾게 된다.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동양 고전에는 삶에 대한 깊은 고찰과 본질적인 지혜가 담겨 있어 읽는 이들에게 인생 나침반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제자백가는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수많은 제후국이 패권을 다투던 춘추전국시대에 탄생했다. 이 같은 약육강식의 시기에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질서와 대안을 모색했던 이들을 ‘제자백가’라 부르는 것이다. 제자백가가 출현한 시기는 오늘날처럼 크고 작은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문제가 넘쳐나는 시기였기에, 그들의 철학은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 지혜를 준다. 제자백가에는 사람의 생사 문제에서부터 사람과 자연의 관계, 사람의 도리, 정치, 사람 간의 사랑, 백성이 먹고사는 문제, 배움과 수양의 문제, 운명론 등이 망라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천오백 년이 지난 오늘에도 제자백가의 철학이 우리 삶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통찰을 주는 것이다.

동양고전의 오자를 원용해서 나이가 들며 관심을 가져야 할 ‘오(5)자’가 회자되고 있어 소개해본다. 웃자, 걷자, 쓰자, 베풀자, 배우자가 그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주자, 속지말자, 즐기자 등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웃고, 걷고, 쓰고, 베풀고, 배우는 삶이 공자가 얘기하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보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 좋은 지침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그냥 웃자. 웃으면 복이 온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웃을 일이 없으면 억지로라도 큰 소리로 웃어보자. 미친 듯이 그냥 웃다보면 얼굴 근육이 펴진다. 짜증이 도망가고 좋은 생각이 따라온다. 웃음치료는 웃음을 활용하여 신체적, 혹은 정서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경감하는 치료법이다.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을 극복하는 데 보완적인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웃음은 역사가 기록된 이후 의학에서 계속 사용되어 왔다. 통증 경감, 분노, 우울, 스트레스관리 및 정서조절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웃음은 면역계 관련 물질의 변화를 일으킨다. 인터페론 감마(interferon-δ), 백혈구와 면역 글로블린이 많아지고 면역을 억제하는 코티졸(cortisol)과 에피네프린이 줄어든다. 암세포를 죽이는 NK세포가 웃음에 의해서 강력하게 활성화된다는 보고도 있다. 웃음은 뇌에서 엔도르핀(endorphin)이나 엔케팔린(enkephalin)같은 통증을 줄이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이는 웃음이 통증에 대한 내인성을 높이는 효과에 대한 생리적 근거이기도 하다. 또한 대표적인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티졸의 혈액 내 농도를 감소시킨다. 웃음은 혈관을 이완시켜서 혈압을 떨어뜨리고 순환을 촉진시킨다. 호흡과 산소이용도를 증가시킨다. 그 밖에도 알레르기 개선 효과나 당뇨병 개선 효과, 운동 효과를 보고한 연구들도 있다.

둘째, 그냥 걷자. 걷기 운동은 당뇨, 심혈관질환, 우울증 등 여러 질환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미국 공중보건 연구결과에 따르면 걷기는 나이 듦에 따라 발병률이 증가하는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병, 콜레스테롤 상승 질환 관리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건강에 좋은 걷기운동도 잘못 걸으면 오히려 건강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최소 30분 이상 무조건 오래 걸어야 한다’인데, 무릎이 아픈 사람은 15분 정도 짧은 시간 걷기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맨발걷기가 유행이다. 특히 황토 맨발걷기와 해변 모래사장 맨발걷기가 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 맨발로 땅을 직접 밟으면 발바닥의 혈관과 신경을 자극하여 혈액순환이 활발해진다. 신발 없이 걷는 것은 잘못된 자세를 교정하고 균형감각을 강화한다. 자연과 직접 접촉함으로써 마음을 진정시키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다. 발바닥의 혈류를 촉진하며, 신경자극을 통해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킨다.

셋째, 그냥 쓰자. 자신에게 인색하지 말고, 자신을 위해 좋은 소비를 해보자. 낭비를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자신이 번 돈을 자신에게 쓰는 것은 멋지고 아름다운 소비가 된다. 부모와 자식을 부양하고 양육하는 동안에는 나를 위해 돈을 쓴다는 것이 사치로 여겨지지만, 부모가 돌아가시고, 자식도 독립한 이후에는 자신에게 쓰는 돈이 내 것이다. 아껴서 자식한테 상속해주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 갖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주고 싶은 사람에게 돈을 쓰는 것은 행복한 삶이다. 어차피 죽을 때는 단 1원도 가지고 갈 수 없다. 수의에 주머니가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니 살아있는 동안 자신을 위한 사치를 누려보자. 돈이 많다면 자선단체에 흔쾌히 기부하는 것도 멋진 일이다. 이웃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은 더 아름다운 행동이다.

넷째, 그냥 베풀자. 사전적으로 베푼다는 것은 ‘남에게 돈을 주거나 일을 도와줘서 혜택을 받게 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런데 베푼다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남에게 나누어준다는 의미에서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도 포함된다. 조용헌 교수는 팔자(八字) 고치는 방법 다섯 가지로 ‘첫째 적선(積善: 남을 돕는 것), 둘째 명상, 셋째 명당 잡는 일, 넷째 독서, 다섯째는 지명(知名: 운명을 아는 일)’을 꼽았고 그중 적선, 즉 베푸는 것을 으뜸으로 꼽았다. 돈을 주거나 일을 도와주지 않더라도 베풀 수 있는 것은 있다. 특히 불교에서는 물질적인 재물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無財七施)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사람을 대할 때 따스하고 부드럽고 편안한 얼굴로 대하는 화안시(和顔施), 둘째 부드럽고 친절하고 진심어린 말로 베푸는 언시(言施), 셋째 착하고 어진 마음으로 베푸는 심시(心施), 넷째 사람을 대할 때 편안한 눈으로 봐 주는 안시(顔施), 다섯째 자신의 몸을 이용해 베푸는 신시(身施), 여섯째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는 상좌시(床座施), 마지막으로 상대방이 말하기 전에 미리 그 마음을 헤아려 베푸는 찰시(察施)가 그것이다. 선행을 하면 자신은 물론이고 자식대까지도 복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니 베풀고 살자. 대신 자신이 베푼 행위에 대가를 바라지는 말자.

다섯째, 그냥 배우자. 무조건 배우고, 죽을 때까지 배우자. 조건 없는 배움이 큰 행복이다. 스마트폰이나 앱을 사용하는 방법은 젊은이들에게 청해서 배우면 된다. 책을 통해서 독학을 하는 방법도 있고, 학원이나 교육기관에 등록해 공부할 수도 있다. 지자체의 평생교육원에 등록하거나, 방송대에 입학하는 방법도 있다. 악기도 연주하고, 노래도 배우고, 스포츠댄스도 배워보자. 챗GPT를 활용할 수도 있고, 유튜브를 시청하면서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 젊을 때는 먹고 사는 게 바빠서 해보지 못한 다양한 것을 공부하다보면 사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영어나 일본어 등 외국어를 독학해서 외국여행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여행사를 따라가는 패키지여행이 아닌 배낭여행도 꿈꿀 수 있다. 대학에 입학해서 석사, 박사가 되어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그냥 이것저것 공부해보자.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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