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간 앞에서 몸과 영혼이 하나가 됐죠"...금단의 악기와 사랑에 빠진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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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니스트 이베타 압칼나, 첫 내한 공연“관객들이 선입견이나 지식을 갖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열린 마음과 열린 귀면 됩니다. 그럼 누구나 자신만의 하이라이트를 찾을 수 있을 거에요.”
4월 2일 롯데콘서트홀, 5일 부천아트센터
"어떤 음악과 놔도 바흐는 논리적이고 유기적"
"감상법은 열린 마음...있는 그대로 들어주길"

20세기 곡 사이에 바흐 놓은 이유는
압칼나의 내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에도 내한 공연을 시도했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일정이 취소되면서 4년 뒤를 기약해야 했다. 다시 성사된 내한 공연에 대해 압칼나는 “모든 일이 결국 제자리를 찾는다고 믿는다”며 “우리 삶은 예측할 수 없고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20세기 곡들에 바흐가 섞인 구성이다. 압칼나는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중 ‘파사칼리아’를 첫 곡으로 연주한 뒤 바흐 <음악의 헌정> 중 6성부 리체르카레를 들려준다. 뒤이어 구바이둘리나의 ‘빛과 어둠’, 야나체크의 ‘글라고리트 미사’ 후주곡 등을 선보인다.

금단의 악기, 교회 문이 열리자 운명이 됐다
압칼나가 어려서부터 오르간 건반을 두드렸던 건 아니다. 여타 음악가들처럼 그도 시작은 피아노였다. 유년시절 그에게 오르간은 교회에서나 볼 수 있는 “제단 위에 올려진 신성한 악기” 같았다. 압칼나는 “어머니의 선반에 있던 많은 LP 앨범들을 들으며 자랐는데 당시엔 (그 앨범 속에 담긴) 오르간이 다가갈 수 없는 존재로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소련 통치 아래 라트비아에선 교회 예배가 금지돼 있었어요. 신앙생활은 심각한 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죠. 다행히도 1991년 라트비아가 독립으로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가 되면서 교회 문이 다시 열렸어요.”
“(교회 문이 열렸던) 그 순간이 제가 오르간 건반을 만지고 연주하고, 배우고, 졸업하게 되는 모든 여정이 시작되는 때였어요. 전 피아노를 먼저 시작했지만 오르간을 연주한 첫 순간 단 7초 만에 사랑에 빠졌어요. 그러곤 깨달았죠. ‘그래, 이게 내 악기야. 이 악기 앞에선 편안해. 내 몸과 영혼이 하나가 돼.’ 물고기가 물속을 헤엄치듯 전 오르간을 연주하면서 자연스러움을 느꼈어요. 사랑에 빠질 때 우린 이유를 묻진 않잖아요. 그저 사랑하지. 소련 점령기에 금단의 열매였던 오르간이, 이룰 수 있는 꿈이 돼 나타난 거죠.” 압칼나는 소련 해체 이후 라트비아에서 처음 오르간을 전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공연장마다 다른 오르간..."같은 공연은 없다"
오르가니스트가 된 압칼나에겐 세계 곳곳의 오르간을 다루는 일이 즐거움이자 어려움이다. 공연장에 설치된 오르간은 공연장의 환경에 따라 소리가 제각각이다. 연주자가 자신만의 악기를 갖고 다니곤 하는 현악기나 관악기는 물론 공연장마다 놓여있는 피아노와 비교해봐도 오르간은 공연장별 음색의 편차가 큰 편이다. 공연장 자체에 설치되는 악기이다 보니 공간 구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압칼나는 “콘서트 오르가니스트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는 단시간 안에 각 오르간의 영혼과 개성을 알아보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리허설에 공연 하루 전 기준으로 적어도 8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르간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란 요청엔 “청중에게 감상 포인트를 알려주기보다는 마음으로 들어달라고 권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모든 공연은 한 번뿐인 경험인 만큼 그 순간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들어달라”는 게 압칼나의 당부다. “최고의 감상법은 열린 마음으로 오르간 음악이 줄 수 있는 깊이와 감정의 바다에 몸을 맡기는 거에요. 제 조언은 단순합니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느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