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광반조' 한국 3월 수출 3.1%↑…곧 '車·철강의 겨울'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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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수출 소폭 증가…철강은 10% 감소
"아직 미 관세조치 영향 전" 해석도
아세안 미국이어 한국 2위 수출시장 떠올라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월 수출이 582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같은 달 대비 3.1% 증가한 수치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도 작년보다 5.5% 증가한 26억5000만달러로 나타났다.
반도체 '역대 2위' 한국 수출 효자
IT 품목들은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에 모두 '동시 흑자'를 기록했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늘면서 전년 동월 대비 수출액이 11.9% 늘어난 131억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3월 수출액 중 2위(1위는 2022년) 수준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IT 전방산업인 메모리 반도체의 재고가 정상화하면서 구매가 늘었고, 빅테크 기업의 서버용 DRAM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의 수출은 늘었으나, 시스템 반도체의 수출은 소폭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15개월 연속 성장세인 컴퓨터 수출도 33.1% 증가했다. 컴퓨터의 경우 SSD 수출이 대폭 증가했는데 빅테크 기업이 AI 인프라에 대거 투자를 하면서 기업용 SSD의 수요가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무선통신기기도 13.8% 오르며 2개월 연속 증가했다. 디스플레이는 작년 8월부터 7개월 간 감소 흐름을 보였지만 이달 2.9% 오르면서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자동차 수출 소폭 증가, 철강 10% 감소
한국의 효자 품목으로 올라선 자동차 수출의 경우 전년 대비 1.2% 증가한 62억달러 수준을 나타냈다. 전기차 수출액이 작년 동기보다 39.4% 감소했지만, 하이브리드차(+38.8%)와 내연기관차(+3.4%)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다.선박은 2023년 12월(37억달러) 이후 15개월 만에 최대인 32억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작년 3월보다 51.6% 늘어난 수치다. LNG운반선과 대형컨테이너 선박 등 고부가 선박의 수출 증가 덕택이다. 바이오헬스 분야도 의약품 중심으로 국내 기업에 유리한 여건이 나타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한 9억달러 수준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미국이 지난달 12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철강은 공급 과잉에 따른 판매 단가 하락의 영향으로 수출이 10.6% 감소했다. 통상 철강은 수출 계약 체결 시점 기준 2~3개월의 생산 기간을 두고 수출되는데, 3월 실적은 지난해 12월, 올 1월 맺어진 계약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로 미국 현지 시장 내에서 가격이 오른 건 반영되진 않았고, 지난해 중국의 철강 생산 물량이 시장에 풀리고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영향이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철강 대미 수출은 전체의 9% 가량에 불과하고, 아직까지 관세 여파가 나타난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철강과 함께 대미 수출품에 25% 관세가 매겨지고 있는 알루미늄 수출은 20.4% 증가했다. 알루미늄 제품의 경우 철강에 비해 품목 종류가 적어 변동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석유화학 제품의 경우 국제 유가 하락과 글로벌 공급과잉이 지속돼 수출 단가가 크게 낮아졌고, 수출액이 28.1% 준 것으로 나타났다.
아세안 수출액 중국 제친 2위
지역별로는 9개 시장 중 6개 지역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CIS(30.1%) 중동(13.6%) EU(9.8%) 아세안(9.1%) 미국(2.3%) 순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중국은 석유화학과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호조를 보였지만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면서 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미국이 1월 1일부터 HBM 유입에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그 영향으로 국내의 HBM 중국 수출도 함께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미국의 경우 자동차와 일반 기계 수출이 각각 전년 대비 11.8%, 10.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이 증가하면서 전체 수출액은 111억달러로 전년동기 109억달러에 비해 소폭 늘었다.
아세안의 경우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큰 폭으로 증가(+24.2%) 증가한 가운데, 선박과 철강, 디스플레이 등이 고른 선장세를 보였다. 대중국 수출실적(100억9000만달러)을 넘어서는 2위 수출시장(103억2000만달러)으로 떠올라다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EU수출은 자동차와 일반기계 등이 부진했다. 하지만 선박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57.5% 증가하고, 바이오헬스 수출도 37.2% 증가하면서 호실적을 보였다.
2월 이어 3월도 '수출 플러스, 무역 흑자' 동시달성
산업부는 앞으로 미국의 관세조치 영향으로 대미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품목 관세 부과가 예고된 자동차와 지난 12일 부과가 시작된 철강의 경우 아직 본격적 영향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의 경우 오는 3일 관세 부과에 앞서 딜러사들이 물량 확보 등을 통해 3월 수출에 큰 영향은 없었고, 철강은 계약시점과 수출 성사 시점 간의 차이가 2~3개월 가량 나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철강의 경우 지난해 세계적인 단가 하락의 영향이 이어진 것"이라며 "미국 관세 영향으로 수출이 줄었다고 보기엔 미국 시장의 비중이 작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최근 EU와 인도 등의 철강 무역장벽 강화가 업계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격적 미 관세정책의 영향은 다음달 수출액부터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3월 수입은 작년보다 2.3% 증가한 533억달러를 기록했다. 유가하락 영향으로 원유와 석탄 등의 수입액이 줄면서 전체 에너지 수입액은 7.3% 감소한 101억달러를 기록해다.
그러나 에너지가 아닌 비에너지 수출액은 4.8% 장가한 432억달러 수준으로 조사됐다. 반도체 장비, 컴퓨터는 증가했으나, 전화기와 철강제 등의 수입은 감소했다.
수입액이 다소 늘었지만, 수출(582억8000만달러)이 이를 뛰어넘으면서 무역수지는 49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3월에는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IT품목 호조로 2월에 이어 수출 플러스와 무역수지 흑자를 동시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산업부는 우리 수출에 큰 영향을 줄 대미 통상 대화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동시에, 범부처 비상수출대책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은/김대훈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