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은 차 타고 가면서"…몸살 난 보좌진들 '한숨'

野 도보 행진 재개에 보좌진 고충↑
일부 의원들 사진 찍고 車로 이동
본인 참석 안해도 보좌진은 '필참'
공감無…육체·정신적 피로감 극심
與 보좌진도 릴레이 시위 동원돼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도보행진 나선 민주당.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산불로 일시 중단했던 시위를 다시 시작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석방 후 비상 행동 체제에 돌입해 지난 12일부터 도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도 같은 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 각하·기각을 요구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의원의 지척에서 이를 수행하는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보좌진들은 퇴근 후에도 도보 행진에 동원되고 있다. 국민의힘 보좌진들 역시 릴레이 시위 지원 등으로 과중한 업무를 겪고 있다. 지속된 시위로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쌓이면서 내부 불만이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다.

◇ 일상 뺏긴 野 보좌진들

2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의원실 보좌진들은 퇴근 시간 이후에도 도보 행진과 집회에 강제 참석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행진하다 중간에 차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의원들은 본인들은 참석하지 않아도 보좌진을 필수로 참여시키고 있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이 4일로 지정되기 전 집회 및 집회 참여 재개를 결정했다. 전날 선고 기일이 정해지면서 대대적 여론몰이에 나설 전망이다.

한 민주당 의원실 보좌진 A씨는 "산불로 중단됐던 도보 행진이 다시 시작되면서 일상을 또 빼앗겼다"며 "그냥 걷는 게 아니라 의원님 얼굴 잘 나오게 좋은 구도 잡으려고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앞뒤 좌우로 뛰어다니는데 체력적으로 너무 지친다"고 하소연했다.

보좌하는 의원에 따라 보좌진이 당번제로 참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원이 참석해야 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A씨는 "안 가면 눈치가 보이는 분위기라는 게 가장 힘들다"며 "장외투쟁은 시민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 왜 의원들이 앞장서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 "온몸에 알배었다"

상당수 민주당 보좌진들은 온몸에 알이 배긴 상태였다. 무리한 일정으로 몇주 째 몸살까지 앓고 있는 이도 있었다. 민주당 보좌진 B씨는 "행진에 대비해 의원님 여분의 옷, 신발, 응원복, 핫팩, 방석, 음료, 간식 등 별것 다 챙긴다"며 "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 의원실이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회를 보통 저녁 9시까지 하는데 그런데도 다음 날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한다"며 "한두 번은 가능해도 지금 몇 주째 이 일정을 주말 없이 반복하니 몸이 혹사당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정신적 피로도 상당하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참여자들로부터 위협을 당하거나 친여(親與) 성향 유튜버들로부터 얼굴이 찍히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정치적 갈등 속에서 보좌진들이 신변 위협까지 감수해야 하는 현실이 된 것이다.

또 다른 의원실 민주당 보좌진 C씨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너무 커지고 있어서 사무실 나서다 다른 당 보좌진을 보면 부러운 마음까지 들 정도"라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임박했지만 민주당 보좌진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보좌진 D씨는 "당장 탄핵 심판 선고일 다음 날에도 범시민 대행진 일정이 있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우리는 계속해서 도보 행진과 집회에 강제 참석해야 할까 봐 그게 가장 두렵다"고 부연했다.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가 4월 4일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 與 보좌진도 "신상 유출될까 두려워"

민주당 보좌진만큼은 아니지만, 국민의힘 보좌진의 고충도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지난달 12일부터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 각하·기각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탄핵 심판 선고기일인 4일까지 의원들은 헌재 근방 100m 이내에서는 1인 시위를, 100m 밖에서는 천막을 설치하고 장외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헌재 인근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집결지다. 동원된 국민의힘 의원실 보좌진들은 지지자들로부터 사인 요청을 받는 일도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 의원실 보좌진 E씨는 "우리가 공인도 아닌데 유튜버들이 들러붙어서 영상을 찍고 집회 참여자들이 사인해달라거나 사진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나는 그냥 일반인일 뿐인데 내 신상이 유출될까 봐 두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실 보좌진 F씨는 "의원실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언제 어떤 긴급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니 보좌진 전원이 다 같이 움직이자는 분위기"라며 "퇴근 후나 주말에도 시위 현장으로 가고 어디서 일정이 끝났든 하루에도 두세번씩 현장에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보좌진은 일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주 52시간 근무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다만 과중한 업무량 등으로 노동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포괄임금제로 별도로 추가수당을 신청할 수 없는 구조다. 한 민주당 의원실 보좌진 G씨는 "이런 우리가 노동법을 이야기하는 게 모순적이라는 생각도 든다"라면서 "하지만 말 한마디로 잘릴 수 있는 계약직이 낼 수 있는 목소리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