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중고는 싸다더니"…日 부동산 시장이 달라졌습니다 [심형석의 부동산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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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도심의 주택가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최근 일본 도쿄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신축 분양 맨션(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8101만엔으로, 1990년 버블기 최고가(6123만엔)를 크게 넘어섰습니다. 연간 상승률로 보면 2023년에만 전년 대비 28.8% 치솟았는데, 1988년 32.8%, 1987년 29.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입니다.

일본 부동산 가격은 신축 후 감가상각이 되면서 점차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중고 맨션의 가격은 한국 아파트처럼 상승하고 있습니다. 중고 맨션 가격이 25개월 연속 오르면서 2023년부터 부동산 시장 버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 모든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도쿄도 면적은 2194㎡나 됩니다. 605㎡인 서울 면적의 3.6배에 달합니다. 도쿄 23개 구(628㎡)에서도 치요다구, 츄오구, 미나토구, 시부야구, 신주쿠구 등 도심 5구만 많이 오릅니다. 이곳은 한국인 관광객이 자주 다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도쿄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끄는 주택 유형은 '타워맨션'입니다. 한국의 주상복합 아파트와 유사한 형태인데, 고층 건물 위주로 조망권이 뛰어나 젊은층 선호도가 높습니다. 주택 수요층인 20·30세대가 도심 타워맨션을 선호하다 보니 맨션의 인기와 가격 상승률이 단독주택보다 높습니다.

도쿄 중심지 타워맨션을 구입하는 계층도 한정적입니다. 부부 모두 연소득 700만엔(약 6870만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 전문직 맞벌이 부부인 '파워 커플'이 주요 구매층입니다. 2022년판 ‘파워 커플’ 분석에 따르면 일본 맞벌이 부부는 1632만 가구로 일본 전체의 30%를 차지합니다. 이 가운데 약 2%인 31만 가구만 파워 커플입니다.

매년 1만가구씩 늘어나는 이들 파워 커플은 일본 부동산 시장 양극화의 주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들은 실거주 목적보다 투자 목적으로 타워맨션을 매입하고 있습니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30년 넘는 기간 일본에서 부동산을 투자의 관점으로 바라본 주택 수요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일본 도쿄 도심 주택가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일반적인 일본인들은 주택을 구입하는 순산부터 가격이 하락한다고 생각합니다. 집을 사용할수록 중고품이 되기에 가치가 떨어진다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본 내 파워 커플이 주택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인기 타워맨션 분양설명회가 오픈하자마자 마감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분양에 어려움을 겪어 분양가를 낮추는 경우도 점차 자취를 감추는 추세입니다.

최근 일본의 70㎡ 타워맨션 분양가는 원화로 12억원 수준에 형성돼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보다 저렴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꽤 높은 수준입니다. 우선 일본 맨션은 한국 아파트와 달리 발코니를 활용하지 않습니다. 비상시 대피할 공유공간이기에 유리창을 다는 것도, 물건을 쌓아두는 것도 금지됩니다.

우리의 재산세에 해당하는 고정자산세 부담도 큽니다. 10억원짜리 맨션에 매년 500만원 수준의 고정자산세가 붙습니다. 매달 50만원가량 주차비도 발생합니다. 관리비도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비쌉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일본 타워맨션 가격이 저렴하다고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실거주보다 투자 목적의 매수가 늘어나면서 최근 분양된 타워맨션에서는 입주율이 저조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주변 상권 발달이 더디거나 지역이 슬럼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실세를 도입하자는 논의도 나오고 있습니다.

고소득층 증가와 주택 투자 인식 변화, 특정 지역 및 주택 유형에 대한 집중적 수요 증가로 인해 일본 도쿄 부동산 시장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도쿄 부동산 가격의 폭등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지, 조정 국면이 올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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