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부동산 투자 성공하려면 이해해야 하는 필수 시스템 [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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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한국 주거 임대시장은 오랫동안 '전세' 제도가 바탕이 됐습니다. 임차인이 거액의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맡기고 월세 없이 거주하는 방식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입니다. 최근 월세 계약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보증금이 거래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구조에서 임대인은 임차인의 소득이나 신용보다 '보증금 지불 능력'을 우선적으로 평가합니다. 월세 계약에서도 높은 보증금이 설정돼, 임대인은 미납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높은 보증금은 임차인에게도 리스크로 작용합니다. 최근 몇년간 '전세 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임차인들은 임대인의 신용도와 부채 상태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임대인 신용 조회 서비스'까지 등장하며, 임대인과 임차인 간 관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전통적으로 월세 중심의 임대 구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초기 계약 시 보증금(敷金), 사례금(礼金), 갱신료 등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임차인은 매달 임대료를 납부하며, 지속적인 납부 능력이 중요한 평가 요소입니다. 따라서 일본의 임대인과 관리회사는 정교한 신용 평가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소득 증빙, 재직 확인, 가족 구성, 생활 습관 등 세밀한 정보가 계약 결정에 활용됩니다.
특히 일본 임대시장에서 '보증인 회사'(保証会社)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임차인이 임대료를 연체할 경우, 보증인 회사가 대신 납부하고 임차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합니다. 현재 일본 임대 계약의 70% 이상이 이 보증인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는 임대인에게 높은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운영 시스템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임대인이 전문 관리회사에 임대 운영을 위탁합니다. 임대인은 월세의 약 5%를 수수료로 지급하고, 관리회사는 임대료 수납, 임차인 응대, 시설 보수, 공실 관리 등 임대 운영 전반을 담당합니다. 일부 임대인은 '마스터리스' 방식을 통해 고정 수익을 확보하고 공실 리스크를 관리회사에 이전하기도 합니다.
한국은 소규모 자산을 보유한 개인 임대인이 직접 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세 구조에서는 매달 임대료 수납이 불필요하므로, 관리는 주로 입주 및 계약 시점의 행정 처리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 월세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문 임대관리 시장이 형성되고 있지만, 일본처럼 체계화된 위탁 시스템이 일반화되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월세가 임대인의 개인 계좌로 직접 입금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임대인이 직접 입금 여부를 확인하고 미납을 관리하는 구조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 직접적인 금전 관계가 형성됩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임대료가 관리회사 계좌로 수납됩니다. 관리회사는 수수료와 비용을 공제한 후 임대인에게 정산해 송금합니다. '후리코미'(振込)란 자동이체 시스템을 통해 정해진 날짜에 정확하게 수금되며, 연체 시 관리회사가 신속하게 대응합니다. 한국의 경우, 일부 소규모 임대인은 여전히 직접 방문하여 월세를 받거나, 은행 송금, 자동이체, 현금 등 다양한 방식을 혼용하는 상황입니다.
법제도 측면에서도 양국은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일본은 임차인 보호 중심의 법체계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으며, 계약 만료 시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종료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환경은 일본 임대인에게 계약 전 임차인의 신용을 철저히 심사하도록 강제합니다. 한국도 2020년 이후 '임대차 3법'이 도입되면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최대 4년 보장)과 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임대인의 임차인 선정 기준이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월세 중심 임대사업에서는 연체 가능성, 장기 거주 여부, 계약 종료의 유연성 등이 중요한 고려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유지 보수 방식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차이를 보입니다. 일본은 예방적 유지 보수 문화가 정착돼 정기 점검과 계획적인 수리가 일반화돼 있습니다. 퇴거 시에는 '원상복구(原状回復)' 절차가 철저히 이뤄지며, 비용 분담 기준도 명확하게 규정돼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사후 대응적 유지 보수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문제가 발생한 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경향이 강하며, 예방적 유지 보수는 주로 공동주택 공용 부분에 한정됩니다. 개별 가구 내부의 유지 보수는 대부분 임차인의 요청에 따라 진행됩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임대사업은 '보증금을 통한 안정 추구형 모델', 일본은 '신용 기반의 리스크 관리형 모델'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임차인이 돈을 낼 수 있는가'가 중요한 질문이라면, 일본에서는 '임차인이 지속적으로 돈을 낼 수 있는가'가 핵심적인 판단 기준입니다. 따라서 일본 부동산 투자에 성공하려면 양국의 구조적 철학적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임대 전략과 운영 방식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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