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차가 증명한 해외 투자 '낙수 효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 미국 생산기지를 확대하는 국내 기업이 부쩍 많아졌다. 높아진 관세 장벽을 현지 생산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적인 행보다. 미국 조지아주에 첨단 전기차 공장 ‘메타플랜트’를 건설 중인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일각에선 주요 대기업의 미국 투자가 산업 공동화와 국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창출한 일자리(2023년 기준 80만 개)만큼, 국내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덧셈 뺄셈식’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이는 기업의 성장 공식과 다소 동떨어진 얘기다.

현대차·기아는 2005년 앨라배마, 2010년 조지아에 생산기지를 건설했다.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의 미국 수출이 줄었을 것 같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현지 공장을 짓기 전인 2004년 91억달러였던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274억달러로 세 배가량 증가했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현지 생산기지를 지렛대 삼아 폭발적인 성장에 성공하면서 한국 사업장의 일감도 함께 늘어난 것이다. 부품업체에 떨어진 낙수 효과도 상당하다. 같은 기간 국내 부품사의 대미 부품 수출액은 11억달러에서 82억달러로 일곱 배 넘게 증가했다. 품질의 우수성이 미국에 알려지면서 제너럴모터스(GM) 등 현지 기업들이 국내 부품을 대거 사들인 결과다.

한국보다 빨리 미국 생산 비중을 늘린 일본 자동차업계를 봐도 산업 공동화 우려가 기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 중 도요타는 54%, 혼다는 72%를 현지에서 만든다. 42% 선인 현대차·기아를 넘어서는 수치다. 해외 생산 물량을 선제적으로 늘렸음에도 일본 자동차 생태계는 고용과 수출 모두 건재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속에서 우리 기업의 미국 투자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원과 격려다. 정부도 해외 시장 개척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