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쿠팡같은 물류 기지로 만들 것"

인터뷰 - 문영표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사장

롯데출신 34년 유통전문가
공기업 경영에 '민간 DNA' 이식
2031년 '스마트 유통단지' 완성
입고 후 포장·판매까지 원스톱

영남 산불 피해성금 11억 전달
도매법인·유통인 자발적 참여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채소2동 앞에서 트럭들이 하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가락시장은 2031년까지현대화 작업을 추진해 수도권 최대 스마트 농수산물 물류센터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경DB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채소2동 앞에서 트럭들이 하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가락시장은 2031년까지현대화 작업을 추진해 수도권 최대 스마트 농수산물 물류센터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경DB
“가락시장도 쿠팡처럼 농산물 입고에서 포장, 판매에 이르기까지 유통 시스템을 한곳에서 처리하는 ‘원스톱 물류 기지’로 키우겠습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채소2동에서 만난 문영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사진)은 일정한 온도로 채소류를 보관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한 최첨단 창고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개소한 채소2동 외 아직 재건축이 이뤄지지 못한 노후 시설들을 바라보면서 “나머지 공간도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시설 현대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공사가 운영 중인 가락시장이 설립 40주년을 맞아 스마트 물류센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문 사장은 “다음 40년간 가락시장은 단순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넘어 빅데이터에 기반한 농산물 유통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천지개벽 농·축·수산물 도매시장

가락시장은 지난해 국내에서 유통되는 농산물의 19.3%(230만t) 이상을 취급하는 등 국내 1위, 세계 3위 규모를 자랑하는 농수산물 도매시장이다. 국내 농산물 가격의 표준 격인 ‘기준가격’을 만드는 장소다. 시장은 2031년까지 목표로 디지털화, 풀필먼트 센터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가능한 스마트 유통기지로 재탄생 중이다.

문 사장은 “1인 가구와 노인 인구 증가, 온라인 거래 다변화 등의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며 “공영 도매시장도 온라인·소포장 유통에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했다.

이런 대응 체계는 최근 영남 산불 피해 복구를 돕는 과정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 공사는 도매법인과 유통인들의 자발적 참여로 11억원의 성금을 긴급 조성했다. 또 피해 농가들이 농산물을 출하할 때 받는 비용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임직원들과 함께 기술봉사단을 구성해 현장 복구를 돕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문 사장은 “특히 사과는 지난해 생산량이 30% 이상 줄어 금(金)사과 대접을 받던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안동, 청송 등 사과 피해로 사과값이 여름에 폭등할 것을 우려해 공기업으로서 발벗고 나서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사과 외 경북·경남·울산 등 이번 피해 지역과 거래한 청과물류 금액만 1678억원이 넘는다.

◇“성과 중심 문화로 공기업 체질 개선”

문 사장은 롯데마트, 롯데로지스틱스 등 민간 대기업에서 34년간 몸담은 ‘유통 전문가’다. 그는 기업 시절 익힌 성과 중심의 효율적 경쟁 풍토를 공사의 경영 체계에 이식하고 있다. 공사 사장은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서울시장이 임명한다. 문 사장은 2022년 1월 취임한 뒤 3년 임기를 마치고 올해 초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임기 내 조직 문화 혁신을 조속히 마무리 짓겠다는 구상이다. 공사는 매달 열심히 일한 직원을 선정해 직원 투표, 본부장 평가, 사장 평가를 합산해 포상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마일리지를 쌓은 직원은 해외 연수, 교육 기회 등의 혜택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성과는 건전한 재무 구조로도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 사장 취임 후 공사는 2022년 당기순이익 42억원, 2023년 66억원, 지난해 9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150억원 달성이 목표다. 문 사장은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공기업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