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신화' 쓴 노태문, 삼성 모바일·TV·가전 총괄한다

DX부문장 직무대행으로 임명
전영현 반도체 부회장과 '투톱'
'노태문 보좌' 모바일 COO 신설
최원준 MX 개발실장이 겸임
가전사업부장엔 '영업통' 김철기
디자인총괄에 첫 외국인 사장삼성, 경쟁력 강화 인사 단행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TV, 가전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으로 ‘갤럭시 신화’의 주역인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을 임명했다. 검증된 기술경영인을 앞세워 고(故) 한종희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유고에 따른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고, 완제품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노 사장이 당장 대표이사(CEO)로 임명되지는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를 이끄는 사실상의 ‘투톱’ 체제가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더십 공백 최소화

삼성전자는 “노태문 MX사업부장을 DX부문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고 1일 발표했다. 한 부회장 별세에 따른 리더십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인사다. 노 사장은 기존 MX사업부장과 한 부회장이 맡던 품질혁신위원장도 겸임한다.

삼성전자는 “조직 안정화를 위해 MX사업부장에게 DX부문장 직무대행을 맡긴 것”이라며 “스마트폰 사업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MX 사업뿐만 아니라 세트 사업 경쟁력도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노 사장은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 개발을 주도한 삼성의 대표적인 기술 경영자다. 1968년생으로, 연세대 전자공학과와 포스텍 대학원 전자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로 입사했다. 이후 30년 가까이 무선사업부에서만 경력을 쌓으며 제품 개발을 책임지는 개발실장 등 핵심 보직을 거쳤다. 2020년부터 MX사업부(옛 무선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 19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영업통’을 사업부장으로

노 사장이 DX부문장 직무대행을 겸임하게 되자 삼성전자는 MX사업부에 최고운영책임자(COO) 보직을 신설했다. 지난달 초 사장으로 승진한 최원준 MX사업부 개발실장 겸 글로벌 운영팀장(사장)에게 이 자리를 맡겼다. 1970년생인 최 사장은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 최강자인 퀄컴 출신으로, 삼성전자 입사 후 MX사업부 차세대제품개발팀장, 전략제품개발팀장, 개발실장을 역임하며 갤럭시 인공지능(AI)폰 개발을 주도했다.

한 부회장이 겸임한 생활가전(DA)사업부장은 영업·마케팅 전문가인 김철기 MX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이 맡는다. DA사업부장을 영업·마케팅 전문가가 맡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1968년생인 김 부사장은 삼성자동차로 입사해 부품 기술과 품질 업무 등을 담당했다. 이후 스마트폰과 가전, TV 등의 해외 영업도 담당했다. 기술과 영업을 두루 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말부터 MX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을 맡아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A사업부장에 영업·마케팅 전문가를 선임해 사업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풍부한 인사이트와 시장 경험을 통해 생활가전 사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신임 MX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으로는 조성혁 구주(유럽)총괄(부사장)이 선임됐다. 조 부사장은 외교관 출신으로 MX사업부와 VD사업부 전략마케팅 임원을 거친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이날 DX부문 최고디자인책임자(CDO·사장)로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마우로 포르치니 전 펩시 CDO를 영입했다. 포르치니 사장은 이탈리아 출생으로, 필립스 제품 디자이너로 시작해 3M과 펩시에서 CDO로 일했다.

◇투톱 체계 사실상 복원

업계에선 노 사장이 CEO로 임명되지는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과 완제품 사업 부문장이 회사를 이끄는 투톱 체계가 다시 구축된 걸로 평가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노 사장이 TV와 생활가전 사업을 무리 없이 이끌면 머지않아 CEO로 선임될 것”이라며 “일종의 검증 기간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DX부문장 직무 대행을 맡게 된 노 사장은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삼성전자 전체 완제품 사업의 AI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 사장은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개발·출시한 AI폰 갤럭시S24 시리즈를 통해 ‘삼성전자는 AI폰 강자’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올해 내놓은 갤럭시S25 시리즈도 ‘AI 비서’ 기능 등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작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황정수/김채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