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언어보다 진하다”…亞 최고 무대 빛낸 두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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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올해 통영국제음악제 이끈 두 주역
'빈 톤퀸스틀러 신임 음악감독' 파비앵 가벨
'오푸스 클래식상'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
파비앵 가벨은 2004년 도나텔라 플리크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퀘벡 심포니 음악감독(2012~2021) 등을 지낸 베테랑 지휘자다. 오는 9월 오스트리아 빈 톤퀸스틀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취임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만난 그는 “내가 경험한 통영국제음악제는 아시아에서 가장 위대한 축제”라며 “연주자들이 꺼릴 수 있는 무게감 있는 레퍼토리나 어려운 레퍼토리까지 모두 끌어안는 도전적인 페스티벌이란 점이 특히 인상적”이라고 했다. “이곳에 도착해 산과 바다,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마주했을 땐 너무나 환상적이었습니다. 콘서트홀 또한 제가 경험한 최고의 음악당 중 하나였죠.”
이번 음악제에서 TFO를 이끈 그는 “프로젝트 악단엔 정식 오케스트라에선 느낄 수 없는 특별한 열기와 열정이 존재한다”며 “그 에너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음악제의 아름다움은 한국, 스위스, 프랑스 등 언어가 통하지 않는 다양한 인종이 각각의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연주자들과 음악으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열광적인 청중의 반응을 느낄 수 있는 건 나에게도 큰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빈 톤퀸스틀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그는 “코른골트, 쳄린스키 등 19세기, 20세기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의 낯선 작품을 발굴하고 탐구하는 것이 음악감독으로서의 목표”라며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시대를 복원하고, 악단에게 새로운 레퍼토리를 주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악단과 흥미로운 프로그램으로 통영을 다시 찾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란데스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첼리스트 중 하나다. 2021년 소니 클래시컬을 통해 발표한 데뷔 앨범 ‘리플렉션즈(Reflections)’로 오푸스 클래식상을 거머쥐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듬해부터 ‘바이올린 여제’로 불리는 안네 소피 무터와의 음반 등을 내면서 정상급 첼리스트 반열에 올랐다.
지난달 28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만난 그는 “해외에서도 음악제의 명성을 익히 들어왔기에 상주 연주자 제안을 받았을 때 큰 영광이라고 생각했다”며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요청한 앙리 뒤티외의 '아득히 먼 나라…' 연주를 준비하기 위해 400시간 이상의 시간을 쏟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처음 연습해본 작품이었는데, 워낙 복잡한 요소가 많아서 어려움을 겪었죠. 상주 연주자는 일회성으로 무대에 오르는 일반 출연진과 다르잖아요. 여러 무대에서 다양한 음악을 선보여야 하는 자리인 만큼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고 싶었습니다.”
그에게 음악가로서의 원동력을 묻자, 이런 답을 들려줬다. “전 거창한 꿈을 바라보기보단 당장 오늘의 연주에 만족하는 게 중요한 사람 같아요. 음악에 대한 끝없는 갈증만이 제 원동력이 된달까요. 눈에 보이는 트로피나 무대가 성공의 지표가 될 수 없기에 오히려 더 어려운 여정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당장 연습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다면 음악가로서 충분한 보상을 받는 것 아닐까요(웃음).”
통영=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