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진흥 정책, 지금 당장 필요한 N가지 이유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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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허용이 발표되고, 미국은 3월 행정명령을 통해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화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를 계기로 국회와 정부에서도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논의는 여전히 "사기에 불과한 가상자산을 어떻게 규제해서 억누를까"라는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계적 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진흥정책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 신속히 논의하고 결정하여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비트코인

미국 증시의 비트코인 ETF 상장과 글로벌 금융사의 취급 시작으로 비트코인은 단시간에 '금융자산'으로 인정받았다. 이번 달 미국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선언했고, 이제 남은 것은 언제, 어떻게 매수할 것인가의 문제뿐이다.

미국 정부의 매수계획이 발표되는 순간, 비트코인은 논란의 여지 없이 금과 같은 위상을 갖게 될 것이다. BRICS 국가들도 이미 자원 거래에 비트코인을 사용하고 있으며, 작년 12월 파월 연준 의장과 개리 겐슬러 SEC 당시 위원장도 비트코인이 디지털 골드와 같다고 인정했다.

금본위제는 더 이상 없지만, 각국 정부가 자국 화폐가치 안정을 위해 금을 보유하는 것이 정상(normal)인 것처럼,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것 또한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 될 것이다. 현재는 미국, 중국, 우크라이나, 영국, 부탄, 엘살바도르 등 정부가 비트코인을 보유한 국가가 예외적이지만,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 되면 국가와 금융기관의 비트코인 보유는 선관주의 의무의 영역에 포함될 것이다.

우리 정부나 금융기관이 비트코인 매수를 하게 된다면, 그 시점에 실행할 수 있는 제도적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한다. 그때야 논의와 입법 과정을 시작한다면 최적의 매수 타이밍은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스테이블코인

백악관의 ‘AI & Crypto Czar(인공지능 및 암호화폐 특임보좌관)’인 David Sacks는 2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이제 '디지털 자산 황금시대'에 진입한다. 우리의 목표는 디지털 자산에서 미국의 패권을 확립하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패권과 국채 수요에 핵심 역할을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미 국채 관련 수조 달러 규모의 경제적 활동과 미국 내 금융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10여 년이라는 시간의 시험을 거쳐(time-tested) 이미 그 내구성을 입증했으며, 금융 인프라가 낙후된 국가에서는 이미 대중적 채택(mass adoption)이 일어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나날이 늘어 가는 미국의 부채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마법사와 같다. BRICS 국가들의 탈달러화 움직임으로 미 국채 수요가 줄어드는 문제를 스테이블코인이 일부 해결한다. 최근 대부분의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준비금으로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입법 진행 중인 스테이블코인 법안은 아예 이를 법제화하고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량이 늘면 그만큼 미국 국채 수요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부수적인 효과로 달러 사용이 전 세계적으로 파격적으로 촉진된다.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나 자국 통화가치가 부족한 국가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이나 지급수단, 즉 은행의 대체재로 사용하는 예가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 경제인구가 미국 국채를 간접적으로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국가 재정 문제 해결과 통화 패권 모두를 잡을 수 있는 훌륭한 도구다. 어찌 보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정을 통해 만든 '페트로 달러' 체제보다 더 강력한 달러 헤게모니를 구축하게 될 수도 있다. 일부 국가들의 통화 주권을 흔들 수 있을 정도로 달러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에 스테이블코인 니즈가 있을까?

우리나라는 금융 인프라가 아주 잘 구축된 나라다. 신용카드 발급도 쉽고, 온라인 결제도 매우 편리하다. 그래서 스테이블코인의 효용이 잘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금융소비자의 입장일 뿐이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정산에 1-2영업일이 걸리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보다 즉시 정산이 완료되는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할 수 있다.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 이 장점은 기업 간 지급결제 체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특히 국경 간 송금에는 그 장점이 배가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니즈는 차치하고, 국내에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니즈가 있을까? 이 질문은 국내에 달러를 소유하고 싶은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과 같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접근이 더 쉽고 환금성이 더 좋으며 보유와 사용이 더 간편한 달러다. 더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가상자산 규제 기조가 급변하고, 정부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지원이 천명되었으며, 미국 통화감독청(OCC)에서 미국 은행의 가상자산 산업 진출을 허가함에 따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등이 스테이블코인 사업 진출 의사를 밝히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와 와이오밍 주(州)도 스테이블코인 출시를 예고했으며, 트럼프 일가가 운영하는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도 자체 스테이블코인 USD1을 출시했다. 테더(USDT)가 미국과 유럽의 규제로 인해 독점적 지위가 위태로워지자, 많은 사업자가 시장 선점을 노리고 뛰어들고 있다.

아직은 가정이지만, 이들이 점유율 확보를 위해 블랙록의 BUIDL처럼 이자를 지급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보유자 입장에서는 '가지고만 있어도 알아서 이자가 붙는 달러'가 될 것이다. 적금처럼 만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든지 원화로 환전이 가능한 이자가 붙는 달러다. 그 이자가 국내 시중은행 자유 저축예금 금리보다 높을 수도 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다시 생각해보자. (가정이지만) 가지고만 있어도 알아서 이자가 붙는, 접근성과 환금성이 좋은 간편한 달러에 대한 니즈가 있을까? '서학개미' 현상처럼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줄 정도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달러 환율이 올라가면 수요는 더 커질 것이고, 그 수요가 환율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가상자산 진흥정책은 지금 시작되어야 한다

비트코인이 '금'으로 자리 잡고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시점이 임박했다. 미국 연방정부가 비트코인 매수를 시작하면 그 위상과 재무적 가치는 급격히 상승할 것이며, 속속 등장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 스테이블코인이 곧 점유율 경쟁을 시작할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서 대중적 채택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이에 대비한 국내 대체재 마련이나 산업 생태계 조성 없이 이러한 '뉴노멀' 시대를 맞게 된다면 우리는 대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다. 금지와 차단 위주의 논의로 대응할 사안이 아니다. 미국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2023년 12월, 한국은행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이 비자(VISA)나 마스터카드(Mastercard)처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기관에 의해 발행된다면, 국가 간 자본이동의 변동성이 커지고, 통화 주권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인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제는 준비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센터장을 맡고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