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전 '산불 조심' 알렸던 충주맨, 안동 공무원에 커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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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충주시 공식 유튜브에는 '산불, 직접 가봤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은 "얼마 전에 산불 영상을 찍어서 보여드렸는데 지금 경북 지역에 큰 산불이 나서 직원들이 정말 고생이 많다고 한다.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드리고자 현장에 가 보겠다. 큰 도움은 못 되겠지만 행정복지센터 가서 직원분들에게 커피를 좀 사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차로 1시간 45분을 달려 안동 시내에 도착한 그는 한 카페에서 면사무소 직원들에게 줄 커피를 샀다. 이어 접경 면인 임하면으로 향했다. 마을에 들어서자 건물에서 불이 피어오르고 있었고, 일부 건물이 새까맣게 탄 상태였다.
김 주무관은 "임하면에 왔는데 생각보다 심각하다. 건물이 다 탔다. 아직 불이 나고 있는 곳도 있고 바로 면사무소 앞까지 불이 너무 많이 번졌다"면서 "저희가 방해되면 안 되니까 커피만 앞에 살짝 두고 나오는 걸로 하겠다"고 했다. 이후 면사무소로 들어가 커피를 전달하고는 바로 자리를 떴다.
이어 남선면 행정복지센터에 도착한 김 주무관은 지원을 나온 안동시 회계과 직원들과 마주쳤다. 이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을 직접 들었다.
김 주무관은 "회계과에서 지원을 나와서 잔불 정리를 다 하는 것 같다. 시청 공무원분들이 잔불 진화를 하러 온 것 같다"면서 "팔, 다리를 다쳤더라.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다.
일직면에서는 "여기가 제일 심한 것 같다. 지금 불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 같다. 연기가 엄청나게 난다. 연기가 너무 심해서 직원분들이 온종일 있어야 하는데 고생이 많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현장을 다 돌아봤는데 직원분들이 교대 근무를 하고 있고, 계속 산불 현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다친 분들도 있다. 당연히 소방관분들도 고생이 많지만 직원들도 말없이 묵묵히 전부 다 화재 진압을 비롯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심지어 화재 진압만 하는 게 아니라 주민들 대피도 시켜야 하고, 구호도 해야 하고, 시설 관리도 해야 하고, 피해 구제도 해야 한다. 여러 가지 많이 힘들다. 일선에 있는 면사무소 직원분들도 고생 많다고 좀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부탁했다.
아울러 "정말 중요한 건 산불 예방"이라면서 "인화물질 금지, 소각 금지, 취사 금지, 화기 절대 사용하지 말고 산불 예방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산불로 인해 희생되신 분들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앞서 김 주무관은 영남지역 산불 피해가 시작되기 3주 전인 지난달 4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산불 위험성을 알렸다. 이번 대형 산불로 해당 영상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