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독주 제동...美위스콘신 선거서 머스크가 지지한 후보 패배

트럼프 국정 운영에 대한 시험대
머스크의 지지, 오히려 도움 안돼

플로리다에선 공화당 승리했지만
지지율 격차는 훨씬 줄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조금 지난 가운데 위스콘신과 플로리다에서 치러진 지역 선거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경합 주인 위스콘신주에서 진보성향의 대법관이 당선됐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반대편인 보수 성향 후보를 지지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같은 날 공화당 우세지역인 플로리다주에선 지역구 2곳에서 하원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공화당 의원이 당선됐지만 지지율 격차가 예전보다 확연하게 줄었다.

머스크가 지지한 후보 쓴잔



이날 치러진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 진보 성향인 수전 크로포드 후보가 보수 성향 브래드 시멀 후보에 승리했다. 이로써 위스콘신주 대법원의 판사 성향은 4대3의 진보 우위가 유지됐다.

이번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10주간의 국정 운영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라는 점에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또한 연방정부의 인력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머스크가 시멀 후보를 지원하고 나선 점에서도 이목을 끌었다. 머스크가 공화당에 정치적 자산인지, 부담인지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수 있어서다.

머스크는 현지 강연 행사를 개최하고, 조기 투표 참가자를 대상으로 ‘100만 달러 수표 추첨’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머스크를 비롯해 보수 단체들은 이번 선거에 최소 2000만 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추산된다.

머스크는 테슬라가 1월 위스콘신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뒤부터 대법관 선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위스콘신주에선 테슬라의 쇼룸은 있지만 지역 판매는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테슬라 신차 구매자들은 다른 주에서 차량을 구매·인도받아야 한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크로포드 후보가 우승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 컨설턴트 알렉스 코넌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모두 정치적 자산을 어디에 쏟을지 훨씬 더 신중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플로리다, 지지율 격차 줄어



이날 치러진 플로리다주 제1 선거구와 제6 선거구 연방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선 각각 공화당의 지미 패트로니스 후보와 랜디 파인 후보가 민주당 후보들을 꺾고 승리했다.
이에 따라 연방 하원(정원 435명) 의회에서 여당인 공화당이 220석, 야당인 민주당이 213석이 됐다. 나머지 공석 2곳은 지난 3월 별세한 텍사스주의 실베스터 터너 의원과 애리조나주의 라울 그리할바 의원 자리다. 텍사스주의 보궐선거 일정은 미정이며, 애리조나주는 9월에 실시할 예정이다.

플로리다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층이 많은 곳이긴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과의 득표율 격차가 이전보다 좁혀졌다. 패트로니스 후보는 민주당 게이 발리몽 후보를 득표율 57% 대 42%로 이겼지만 전임자가 32%포인트 차로 승리한 것에 비해 지지율 격차가 줄었다. 파이 후보는 민주당 조쉬 와일과 접전 끝에 14%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이 또한 전임자가 33%포인트 차로 이겼던 것과 비교된다.

관세정책에 피로감



이같은 선거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지층 사이에선 규제 완화와 감세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집권 초반부터 관세 정책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면서다. 멕시코·캐나다 관세, 철강·알루미늄 관세, 상호관세 등 분야별로 정책 발표 전까지 범위와 대상에 대한 변동이 컸던 점도 경제 불확실성을 키웠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설문조사 위원장 티모시 피오레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인들은 규칙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길 원한다”며 “기업인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에 대해) 제발 그만 떠들고 실행에 나서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