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급등한 도쿄 맨션, 지금 투자해도 괜찮을까? [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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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공급 측면에서 도쿄 23구 핵심 지역은 토지 확보의 어려움과 엄격한 개발 규제로 인해 신규 공급이 제한적입니다. 시부야, 미나토, 치요다 등 업무·주거 복합 지역은 수요 대비 공급 부족 현상이 구조화돼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노후 건물의 재개발이나 용도 전환이 주요 공급원이 되고 있으나, 그 속도는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건설 자재 가격 상승과 인력 부족 문제도 신규 공급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엔화 약세와 초저금리 환경은 일본 부동산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자산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 대만, 홍콩뿐만 아니라 한국, 동남아 고액 자산가들도 도쿄와 오사카 부동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기 시세차익보다 안정적인 임대 수익과 장기 보유를 선호하기 때문에 시장의 안정성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의 임대 수익률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연 2~3%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금융 상품 대비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과의 연동성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도쿄와 오사카의 Grade A 오피스 지수가 상승세를 유지하는 것은 기업들이 여전히 중심 업무 지구의 프리미엄 오피스를 선호한다는 증거입니다. 특히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도 핵심 본사 기능과 중요 의사 결정 조직은 여전히 도심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해당 지역 주거 수요의 안정성으로 이어져 '워크 앤 리브' 개념에 부합하는 프리미엄 맨션에 대한 수요를 뒷받침합니다.
그러나 모든 도쿄 맨션이 투자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이 성숙할수록 '어디에 있는 어떤 상품인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브랜드, 준공 연도, 관리 상태, 향후 개발 계획 등에 따라 투자 성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노후화된 맨션의 경우 내진 성능, 단열 효율, 공용 설비의 현대화 등이 중요한 가치 판단 기준이 됩니다. 또한 주변 환경과 커뮤니티의 질적 수준도 장기적 가치 유지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중고 맨션 리모델링을 통한 가치 상승 전략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를 일본의 정교한 부동산 관리 시스템이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일본 부동산은 관리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어 건물의 수명이 길고 자산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는 중고 물건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도쿄 부동산은 안전 자산으로서의 매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정치적 안정성, 투명한 거래 시스템, 엄격한 법적 보호 장치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안심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가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진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도쿄 맨션 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단순한 시세 차익 추구가 아니라, 도쿄라는 도시의 미래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판단입니다. 일본 부동산 시장은 이미 '양'에서 '질'로, '수량'에서 '본질'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라는 거시적 환경 속에서도 도쿄는 자체적인 수요 창출 능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성장 경로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상승의 이유와 지속 가능성입니다. 지금 도쿄에 투자해야 할 이유는 과거의 상승세가 아니라,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시황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산의 본질적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평가해야 할 때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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