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플랫폼이 문구박람회를?…2030 '다꾸족' 겨냥했다 [영상]

29CM ‘인벤타리오:2025 문구 페어’ 개최
사무용품에서 취향 소비로…문구용품 인식 변화
지난 2일 29CM가 주최한 '인벤타리오:2025 문구 페어'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2일 29CM가 주최한 '인벤타리오:2025 문구 페어'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2일 오후 2시께 서울 강남구 코엑스 2층 전시회장 안. 평일 낮 시간대였지만 약 2000㎡(670평) 규모의 넓은 공간이 인파로 북적였다. 행사장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해 약 100m에 달하는 대기줄까지 형성됐다. 모두 문구 용품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입장한 방문객들은 입구에서 받은 하늘색 쇼핑백을 하나씩 손에 들고 마스킹 테이프, 색연필, 다이어리, 수첩 등 다양한 문구류를 둘러보며 쇼핑에 열을 올렸다. 인기 제품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어 구경하려면 한참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패션 플랫폼 29CM가 이날부터 오는 6일까지 진행하는 ‘인벤타리오:2025 문구 페어’ 행사였다. 인벤타리오(Inventario)는 스페인어로 ‘물품 및 문건에 대한 기록물’을 의미한다. 이번 행사는 29CM가 오프라인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는 문구 박람회로, 국내외 69개 문구·사무용품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아 소개하는 취지로 기획됐다. 2020년부터 29CM와 다양한 협업을 이어온 프리미엄 문구 편집샵 ‘포인트오브뷰’ 운영사와 공동 주최했다.
지난 2일 29CM가 주최한 '인벤타리오:2025 문구 페어'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2일 29CM가 주최한 '인벤타리오:2025 문구 페어'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전시 공간은 29CM 브랜드관, 포인트오브뷰 전시관, 인벤타리오 특별관으로 나뉘어 있다. 각 관에는 문구 관련 인플루언서와 협업한 한정판 제품, 60년 이상 된 전통적인 문구 제조사와 신진 문구 브랜드 간의 특별 콜라보 제품 등이 전시돼 있었다. 특히 문구 크리에이터 김규림과 포인트오브뷰가 협업해 선보인 ‘북 크레용 세트’는 판매 개시 30분 만에 당일 수량이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외에도 QR 코드를 통해 나만의 문구 스타일을 측정해 주는 ‘문구인 테스트’나 행사장 곳곳에 배치된 스탬프를 모으면 문구인 인증 배지를 주는 등 다채로운 체험도 마련돼있다.

늘어나는 문구 수요 기반으로 일상 브랜드로 도약

지난 2일 29CM가 주최한 '인벤타리오:2025 문구 페어' 행사장 입구에 사람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2일 29CM가 주최한 '인벤타리오:2025 문구 페어' 행사장 입구에 사람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패션 플랫폼인 29CM가 문구 페어를 연 배경은 문구류의 소비 방식이 변화한 데 있다. 기존에는 문구용품이 사무·학습용으로만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브랜드 관계자는 “주고객층인 25~39세 여성 사이에서 문구를 자기 표현과 경험 확장의 매개체로 소비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며 “다소 가격대가 높더라도 자기 취향에 맞는 제품이라면 기꺼이 구매하고, 미술·수집 등 취미 목적의 문구에도 관심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1~3월 29CM 애플리케이션(앱) 내 문구 카테고리 거래액은 2023년 대비 3배 증가했다.

이날 행사장을 방문한 사람들 중에도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용품을 사기 위해 왔거나, 볼펜 등 특정 제품만 사 모으는 마니아 고객들이 많았다. 20대 초반 딸과 함께 행사장을 방문한 50대 최모 씨는 “딸이 연필만 수집하는 연필 덕후(마니아)다. 덕분에 웬만한 필기류는 다 봤는데 오늘 와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기한 문구용품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꾸에 사용할 마스킹 테이프를 구매한 신모 씨(20대) 역시 “이미 표를 구매했는데도 입장하는 데만 30분이 걸렸을 정도로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라며 “10년 넘게 다이어리를 쓰고 있는 만큼 평소에도 문구용품에 관심이 많았는데 둘러보고 제품을 좀 더 살 생각”이라고 했다.
다꾸(다이러리 꾸미기) 용품 판매점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29CM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오프라인 경쟁력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취향 소비에 민감한 문구용품 소비자들이 신규 고객으로 다수 유입될 경우 라이프스타일 전 영역에서 충성 고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포인트다.

29CM 관계자는 “이번 행사가 마무린 된 후에 소비자 반응이 좋으면 문구 판매를 확장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것”이라며 “고객 취향을 겨냥해 구매 영역을 넓히고 궁극적으로는 이용자들이 29CM에서 더 오랜 시간 체류할 수 있도록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게 목표다. 여성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1등 플랫폼으로 입지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