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M&A 시장 살아나는데…美 홀로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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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규제 완화 기대감 떨어져미국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기대와 달리 올해 1분기(1~3월)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규모 작년보다 13%↓
홍콩 등 아·태는 92% 성장

미국에선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지난달 18일 클라우드컴퓨팅 스타트업 ‘위즈’를 320억달러(약 46조9000억원)에 인수한 건을 제외하면 ‘빅딜’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분기 100억달러 이상 규모의 딜은 7건으로 작년(13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엄격한 M&A 규제를 고수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분석이다. M&A 시장에선 친(親)기업 성향인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규제를 완화하고 감세 정책을 시행해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월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는 “전임 행정부가 채택한 M&A 관련 지침”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지침은 M&A를 통한 시장 집중, 기업 간 경쟁 제거 등을 위법 행위로 규정한다. 반(反)독점 성향이 강한 JD 밴스 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저승사자’로 불린 리나 칸 전 FTC 위원장 재임 시기와 달라진 게 없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도 올해 1분기 증시 부진으로 위축된 모습이다. 1분기 미국 IPO 규모는 1602억달러(약235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4.1% 확대됐지만 공모 건수는 17.7% 줄었다. 지난달 28일 상장한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임대 업체 코어위브는 상장 이틀 만에 주가가 약 10% 빠졌다.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M&A 시장은 1분기 2644억달러(약 387조원) 규모로 집계돼 작년 동기보다 92% 커졌다. 홍콩 재벌 리카싱 가문 소유의 CK허치슨이 파나마 항구를 192억달러에 블랙록에 판매했고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신다, 오리엔트, 만리장성 등 3개 부실 자산운용사를 약 550억달러에 합병했다.
중국 1위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는 지난달 4일 홍콩 증시에서 약 56억달러를 증자했고,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은 홍콩 증시에 상장해 50억달러 이상을 조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