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 포함 재추진"…'더 센 상법' 시동 거는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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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도 추가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한 상법 개정안에 집중투표제 등을 추가해 다시 통과시키겠다고 2일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두고 “자본시장이 불신과 좌절로 들끓고 있다”고 비판하자 당 정책위원회가 기존안보다 더 강한 안을 들고나왔다는 해석이다.
기업들 "적대적 M&A 악용 우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집중투표제를 실시하거나 독립이사로 개편하거나 감사를 확대하는 조치까지 포함해 (상법 개정안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이 지배주주에 의해 아주 불공정하게 불투명하게 운영돼 왔고 이 때문에 소액주주가 많은 피해를 봐왔다”며 “이것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할 때가 됐다는 게 수많은 금융 전문가와 개미 투자자들의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1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이날 진 의장이 언급한 제도는 민주당이 지난해 11월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에 포함됐던 내용이다. 이후 경제계와 여당이 강하게 반발하자 민주당은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여러 이사 후보에게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서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대부분 상장사는 경영권 분쟁 우려 때문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데, 민주당이 이를 의무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감사위원인 이사를 주주총회에서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고, 이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다. 민주당은 현행 1명인 분리선출 대상 감사위원을 2명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독립이사제는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고 이사회 내 독립이사 의무비율을 현행 4분의 1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이다. 경제계는 “이들 제도가 도입되면 주주의 이사선임권이 제한되고, 외국 투기자본의 영향력 강화로 기업의 장기 성장 여력이 저해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소액주주를 보호하면서 기업의 경영권 침해를 최소화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본시장법은) 상장 기업에만 해당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선택적 과제가 아니라 자본시장법 개정과 상법 개정은 병행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