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美 관세 직격탄…"수출 길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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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마련 나선 중기
볼트·너트社 "가격 경쟁력 상실"
부품사, 완성차와 동반침체 우려
자동차 업계, 오늘 긴급 대책회의
미국이 3일부터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 중소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위기 대응력이 떨어지는 데다 철강·알루미늄 업종에 이어 자동차 부품으로까지 관세 대상이 확대되면 대미 수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국내 철강·알루미늄 관련 중소기업 600곳 중 42.8%가 관세 부과로 수출과 매출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철강·알루미늄 업종은 지난달 12일부터 대미 수출품에 25%의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이들 업체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어려움’(41.8%)을 꼽았고, ‘물류 비용 상승’(38.2%)과 ‘수출국 다변화 비용 발생’(36.5%) 등이 뒤를 이었다.
철강, 알루미늄으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인천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3월 중순부터 미국 내 수요처와 단가 협의 중인데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며 “기존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미국 내 경쟁사를 이겨왔는데 이제는 우리 이익을 깎고 수출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자동차 부품 업계에도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완성차에 이어 자동차 부품도 다음달부터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지만 뚜렷한 대응책이 없어서다.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로 자동차 변속기 부품을 생산하는 삼보모터스의 고위 임원은 “미국에 생산 시설을 짓는 것이 관세를 피하는 정공법이겠지만 인건비가 멕시코의 열 배인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방안이 중장기적으로 옳은 결정인지는 의문”이라며 “트럼프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 현재로선 큰 틀의 전략을 구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전장 부품 업체인 KBI그룹 관계자는 “현대차의 미국 투자 확대로 국내 생산량이 감소하면 차 부품 업계는 동반 침체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미국에 생산기지를 둔 기업들도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미국에 있는 한국 자동차 부품 업체들을 만난 이택성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미국 내에 공급망을 완벽하게 갖춘 게 아니어서 관세가 부과되면 생산 비용이 늘 가능성이 커 미국에 진출한 한국 업체도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관세 부과 여파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세 부과 후 개별 협상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민·관 협력과 조율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600여 개 차 부품업체가 소속된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3일 긴급 대책 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황정환/박진우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