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에 원산지 증명, 선박 수수료…중기 '삼중고'

美의 中 우회수출 차단에 불똥
中선박에 최대 350만弗 부과
미국의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서 국내 수출 중소기업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관세 대응뿐 아니라 중국산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한 원산지 규정 강화, 중국 선박에 대한 수수료 부과까지 맞물려 한국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 2월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포고령’에 서명했다. 철강의 첫 단계인 조강 과정부터 원산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중국산 철강의 미국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미국은 지난달 12일부터 외국산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예외 없이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관세 부과 대상엔 열연, 냉연 등 기초 소재를 비롯해 볼트·너트, 스프링, 체인 등 172개 파생 상품이 포함됐다.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엔 기존 20%에 총 45%의 관세율이 적용돼 사실상 중국에서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한국을 통한 우회 수출이 가능해 미국은 원산지 규정 강화로 중국산 철강의 유입을 막으려 하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 국내 중소기업이 원산지 규정을 이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원산지를 증명하려면 수입 원부자재의 출처부터 생산 투입 비중까지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공정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들어가다 보니 많은 중소기업이 엄두를 내지 못한다.

굴착기 부착장비 업체인 대모엔지니어링의 김기용 사장은 “대·중견기업에서 받는 원부자재 90%는 원산지 증명이 되지만 중소 협력사에서 받는 10%는 증명이 안 되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면 많은 국내 수출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미 수출용 선박이 대부분 중국 선사 소속이거나 중국 선박인 점도 중소기업엔 위험 요소다. 올 2월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선사 및 중국산 선박에 척당 최대 350만달러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런 수수료는 결국 이용자인 중소기업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수출하는 물량의 90% 이상이 중국 선사 또는 중국 선박으로 추정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