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 뿌리는 산분장, 정부 가이드라인 없어 '유명무실'

1월부터 합법화됐지만 장지 없어
뼛가루 속 인 성분 자연분해 안돼
환경오염 우려에도 세부지침 부재
망자의 유골을 산 또는 바다에 뿌리는 산분장이 올해부터 합법화됐지만 정부의 세부 가이드라인 부재로 장지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 매장묘 및 납골당 등 봉안시설이 포화 상태에 도달하면서 산분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서로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야 할 보건복지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달 18일 전국 17개 시·도에 ‘2025년 산분장지 조성사업 국고보조금 신청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산분장지를 조성할 때 소요되는 비용의 70%를 국비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작 경기도 등 주요 지자체는 보조금 신청에 미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추모공원 등을 운영하는 장례업계 역시 정부 관련 정책에 적극 참여하기보다 관망하는 분위기다.

산분장은 화장한 유골의 뼛가루를 바다나 묘지 내 지정된 장소에 뿌려 장례를 치르는 방식이다. 그동안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현장에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왔다. 그러다 지난 1월 장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합법화가 이뤄졌다. 전국 625개 봉안시설이 포화 상태에 달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선 정부가 산분장지 조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아 실제로 사업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뼛가루를 어디에 어떻게 뿌려야 하는지에 관해 어떠한 지침조차 없는 실정이다. 정승우 군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유골이 한곳에 과도하게 뿌려지면 인 성분이 토양에 흡수돼 지하수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간도 정부 편은 아니다. 해마다 사망자가 늘면서 봉안시설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사망자는 2023년 35만8357명에서 2034년 46만여 명으로 약 30.7%(11만 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했지만 업계에선 세부 지침이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산분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도 제도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정선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산분장은 많은 사람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장례 방식”이라며 “복지부가 세부 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산분장을 공식적인 장례 절차로 함께 규정하고 홍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