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행동주의' 얼라인…중형사 집중공략

덴티움·스틱 등 5% 이상 확보
경영권 취약한 기업만 노려
▶마켓인사이트 4월 2일 오후 4시 12분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행동주의 전략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대형주를 겨냥해 공개적으로 잡음을 만들어 주가 부양을 노렸다면 최근에는 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저평가된 중소형주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겉으로는 친화 정책을 내세우지만 언제든 공세를 퍼부을 수 있도록 ‘발톱’을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얼라인은 상장사 세 곳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줄줄이 공시했다. 덴티움(얼라인 보유 지분 5.17%), 스틱인베스트먼트(6.64%), 가비아(8.04%) 등이다. 보유 목적은 ‘일반투자’라고 밝혔다. 일반투자는 단순투자보다 높은 단계로 주주제안 등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얼라인은 정기 주주총회가 다 끝나가는 시점에 지분을 추가 매수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지분 5% 이상을 취득했다고 공시한 뒤 별다른 입장을 내거나 캠페인을 벌이지는 않았다. 얼라인은 투자 기업들과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정기 주총에선 어떤 주주제안도 하지 않았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투자 관점에서 지분 보유량을 늘렸을 뿐 다른 어떤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과거 SM엔터테인먼트, 두산밥캣 등에서 보인 주주행동주의 양상과는 다르다. 얼라인은 이런 적대적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가치투자 관점으로 행동주의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 종목 규모도 대형주에서 중소형주 위주로 전환했다. SM엔터, 두산밥캣, 코웨이 등은 시가총액이 수조원대인 대형주인 반면 최근 지분 5% 이상 보유한 세 종목은 시총이 수천억원대에 불과하다. 대주주의 지배력도 취약하다. 가비아(대주주 지분율 25.93%), 덴티움(18.95%), 스틱(19.45%) 모두 경영권이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행동주의 전문가는 “얼라인은 경영권이 취약한 알짜 주식을 사들인 뒤 조용히 압박하다가 때때로 경영권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MBK의 고려아연 공격 이후 기존 행동주의 전략으로는 승산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은/박종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