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적자 늪' 빠진 새마을금고…1년새 두 배 늘어 772곳

기로에 선 서민금융

한경, 1276개 금고 전수조사
부실 PF에 건전성 급속 악화
지난해 전국 새마을금고 1276곳 중 772곳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2일 한 고객이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 지점에 들어가고 있다. /김범준 기자
전국 새마을금고 1276곳 중 772곳이 ‘적자 쓰나미’에 휩쓸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처리가 지연되면서 적자 금고가 1년 새 341곳이나 늘었다. 부실 채권이 쌓이며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단위 금고도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경제신문이 2일 전국 새마을금고 경영공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지난해 772개(61.0%) 단위 금고가 순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새마을금고의 약 3분의 2가 적자 늪에 빠진 셈이다. 적자 금고는 2022년 45곳에서 ‘뱅크런 사태’가 일어난 2023년 431곳으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 두 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대출 원리금 상환 연체 등이 이어지며 건전성이 나빠진 금고도 쏟아졌다. 지난해 부실 채권 비중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를 넘긴 금고는 336곳(26.6%)이었다. 전년(99곳) 대비 세 배 넘게 급증했다.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순자본비율이 규제 수준(4%)을 밑도는 금고도 54곳이었다. 순자본비율 4% 미만은 경영개선 권고 조치 대상이다.

무분별한 부동산 PF 대출 확대 여파가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각 금고가 PF 대출 부실에 대비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실적이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새마을금고 전체 순손실 규모는 1조7382억원으로, 1963년 새마을금고 출범 후 역대 최악의 실적이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부실 PF 매각 등이 지연되자 적자·부실 금고가 추가로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와 예금보험공사, 금융감독원 등은 지난 1일부터 새마을금고 합동감사에 들어갔다.

'연체율 10% 이상' 4배 급증…부실채권에 흔들리는 새마을금고
규제 느슨하고 관리·감독 허술…통폐합 등 구조조정 '지지부진'

서울의 A새마을금고는 지난해 약 404억20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연체율은 23.1%에 달한다. 부실채권 비중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무려 34.7%다. 전체 대출의 약 90%를 차지하는 기업대출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영향이다. 기업대출의 상당 부분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로 추정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PF 대출 여파로 적자 금고 규모와 부실 정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채권비율 10% 넘는 금고 336곳

2일 한국경제신문이 전국 1276개 개별 새마을금고의 경영공시를 분석한 결과 연체율이나 부실채권 비중이 큰 금고는 대부분 부동산 PF 등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마을금고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동성이 확대된 동안 고위험·고수익 사업인 부동산 PF 대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지식산업센터, 생활 숙박시설 등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앞다퉈 대출을 내주다가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부실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금고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두 자릿수 연체율을 기록한 금고는 전체 1276곳 중 176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율이 10% 이상인 금고는 2022년 44곳에서 2023년 80곳 등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연체율 20%를 넘긴 금고도 9곳에 달한다. 대구의 B금고는 연체율이 49.9%에 육박한다. 전체 대출금 중 절반이 연체됐다는 뜻이다.

경영실태평가 결과 부실 우려 금고로 분류된 금고도 85곳에 달한다. 경영실태평가는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등을 반영해 각 금고를 1~5등급으로 나눈다. 통상 4등급(취약)과 5등급(위험)은 부실·부실 우려 금고로 간주한다. 지난해 말 기준 4등급을 받은 금고는 76곳, 5등급을 받은 금고는 9곳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말엔 5등급을 받은 금고가 한 곳도 없었다.

지역별로는 대구와 부산 등에서 부실이 심화한 금고가 많이 나왔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가장 높은 금고 5위권 중 네 곳이 대구와 부산 지역 금고로 나타났다. 전북 지역 금고도 고정이하여신비율 상위권에 이름을 다수 올렸다. 지역 부동산·건설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각 금고는 법령에 따라 권역 외 대출 비중을 3분의 1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지역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다.

◇강제 구조조정도 어려워

업계에서는 새마을금고가 ‘적자 무덤’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PF 부실 대출 여파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금융당국은 부실 PF 사업장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해 경·공매 플랫폼을 만드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제 매각 성사는 지지부진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적어도 내년까진 부실 PF 채권이 정상 대출로 전환되고 연체율 등이 정상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실 금고 구조조정도 만만치 않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경영실태평가, 건전성 지표 등을 근거로 부실 가능성이 높은 개별 금고에 통폐합을 권고할 수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아 강제 구조조정이 가능한 저축은행 업권에 비해 규제가 느슨한 편이다.

새마을금고는 금융당국이 아니라 행정안전부 관할로 그동안 다른 금융권보다 관리·감독이 허술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개별 금고의 내부통제 수준과 전문성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부실 금고를 집중 모니터링하고 구조 개선에 나서 건전성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연수/강현우/서형교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