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트럼프 상호관세, 전세계 무역시스템 전복"

국별 대미수출 4%~90%까지 감소
"관세·비관세장벽 기준 한국불만지수 15개국중 제일 적어"
미국도 GDP 4%타격에 소비자물가 2.5%상승
사진=AFP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전세계 무역 시스템을 전복시키고 전세계 경제에 새로운 위험 시대를 열었다.

트럼프의 관세로 위험에 빠진 전세계 교역 규모는 약 33조달러(4경 8,300조원)이며 국가별 대미 수출은 최소 4%에서 90% 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미국의 GDP는 최악의 경우 4% 타격을 받고 향후 2~3년간 소비자 물가가 약 2.5% 상승할 것으로 추산됐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가 이 날 발표할 상호관세는 미국 역사에서 180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의 광범위한 무역 제한 조치이다. 이에 따라 블룸버그는 전세계 경제에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트럼프의 조치로 영향 받을 무역 규모를 약 33조달러(4경8,300조원) 로 추산했다. 브라질에서 중국까지 대미 수출이 국가별로 약 4%~ 90%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세계 무역 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록상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최대 28% 포인트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4%의 타격을 입히고 향후 2~3년 동안 소비자 물가를 약 2.5%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골드만삭스의 경제학자들도 올해 모든 국가에 대한 미국의 평균 관세가 15%포인트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핵심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성장을 약화시키며 경기 침체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인트루이스 연준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포함, 수입이 기여하는 비중은 지난 해 기준 14%이다. 이는 미국이 1930년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던 시기에 수입의 GDP 기여비중이 4.5% 수준이었던 것의 세 배에 달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관세 전쟁이 결국 미국 경제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해왔으나 사업가가 주류를 이루고 경제학자 출신이 거의 없는 트럼프 경제팀에는 ‘소귀에 경읽기’였다.

느린 성장과 지속적으로 높은 가격 압박이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도 우려 사항이다. 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경제학자인 웨이샹진에 따르면, 석유쇼크로 발생한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유사점이 많다. 그러나 그 당시는 피할 수 없었고 이번에는 불필요하고 피할 수 있는 정책으로 발생한다는 것이 큰 차이다.

모든 시나리오에서 미국의 무역 상대국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할 것이다. 중국, EU, 인도의 대미 수출이 가장 크게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자체 내수 기반이 큰 이들의 경제 규모는 타격을 견뎌낼 수 있을 전망이지만 내수 시장이 적은 캐나다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상호 관세를 무역 상대국이 미국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 및 비관세 장벽에 맞춰 시행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트럼프 경제팀은 대미 무역흑자, 부가세 등 무역 상대국의 특정 세금 및 부과금 등을 포함해 한달간 작업해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폭이 큰 상위 15개국을 대상으로 트럼프 정부의 무역 불만 요인 4가지를 정량화해서 국별 점수를 산출했다. 이들 무역 불만요인이 상호 관세 산출의 기초가 될 것이라는 추정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는 △국별 작년 미국의 무역적자 △미국과의 관세 차이 △무역파트너의 부가가치세 △기타 비관세장벽등 4가지가 포함된다.
출처=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평가 결과 한국은 불만점수 16%로 15개국 가운데 무역불만 점수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적자 규모로는 8위지만, 미국과의 관세차이, 부가가치세 수준, 기타 비관세 장벽이 다른 흑자국보다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무역불만 점수가 가장 높은 곳은 대미무역흑자는 11위지만, 부가세율이 높고, 비관세 장벽도 높게 평가된 이탈리아가 60%로 가장 높았다. 역시 부가세율과 비관세 장벽이 높은 아일랜드가 58%로 2위, 무역흑자도 1위, 비관세장벽도 1위인 중국은 54%로 세번째로 나타났다.

무역흑자 규모도 한국보다 크고 관세율차이가 좀 더 큰 대만은 불만점수가 28%로 나타났다.

일본은 한국보다 무역흑자가 좀 더 많고 비관세 장벽도 좀 더 높아 불만점수 21%로 산출됐다.
대미 무역흑자는 중국에 이어 2위지만, 관세율차이가 없고 비관세 장벽도 한국과 비슷하게 가장 적다고 평가된 멕시코는 20%, 캐나다는 비관세 장벽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면서 불만점수가 38%로 평가됐다.

그러나 최종 관세 계획의 상당 부분이 장막에 가려져 있어 이 같은 정량적 평가 결과가 트럼프의 상호 관세 계획에 근접할 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국가별 최종 관세율이나 향후 보복 등 파급효과와 기업 및 소비자 반응 등은 한국 시간으로 새벽 5시 백악관 장미 정원에서도 알 수 없을 가능성도 높다.

무역 파트너 가운데 중국은 올해초 보복 관세로 반격했지만 미국보다는 적은 폭이었다. EU와 캐나다는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즉각 보복했다. 그러나 인도와 베트남 등 여러 국가들은 더 많은 미국 상품 구매에 나서고 관세 인하를 약속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