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틱톡 인수전에 아마존 참전…트럼프, 中 관세 협상카드 만지작 [송영찬의 실밸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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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미국 법인 인수전에 참전했다. 입찰 마감 시한 사흘 전이다. 아마존은 틱톡 인수를 통해 인플루언서 기반 쇼핑 영향력 확보를 노렸다. 인수전 막판에 틱톡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하나둘 늘어나며 틱톡을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아마존, '인스파이어' 설욕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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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3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이 JD 밴스 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앞으로 틱톡 미국 법인 인수 제안서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인수 제안은 틱톡의 미국 내 운영을 금지하는 ‘틱톡 금지법’ 시행 유예 종료를 불과 사흘 앞두고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 1월20일 틱톡 금지법 시행을 75일간 유예하고 미국 기업과 바이트댄스 간 합작회사를 세워 미국 기업 지분을 50% 이상으로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올해 틱톡 인수전에 유통업체가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20년 월마트가 틱톡 인수 의향을 밝힌 적은 있지만 당시엔 틱톡 미국 법인 매각이 유야무야됐다. 아마존은 미국에서만 1억70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틱톡을 인수해 틱톡을 자사의 인플루언서 쇼핑 허브로 만들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2022년 틱톡에 대항해 인플루언서들의 숏폼(짧은 동영상)과 사진을 앞세우는 쇼핑 플랫폼 ‘인스파이어’를 출시했지만 틱톡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지난 2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아마존은 틱톡을 인수해 인플루언서를 앞세워 쇼핑 매출을 늘리고 있는 ‘틱톡 숍’과 자사 플랫폼을 연계해 쇼핑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아마존의 입찰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보도했다.

막판 인수전에 참여한 건 아마존 뿐만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모바일 마케팅 기업 앱러빈은 카지노 업체 윈(Wynn)과 함께 틱톡 입찰에 뛰어들었다. 성인 플랫폼 ‘온리팬스’의 팀 스토클리 창업자가 만든 새 스타트업 ‘주프’ 역시 가상화폐 관련 단체 HBAR 재단과 제휴해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 앞서 부동산 재벌 프랭크 맥코트가 이끄는 컨소시엄을 비롯해 오라클과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스톤의 컨소시엄, 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틱톡 미국 법인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관세 카드로 틱톡 활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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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틱톡 지분 매각 관련 투자자 인수제안서 검토 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는 밴스 부통령, 러트닉 상무장관,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참여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참여사인 오라클이나, 트럼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벤처캐피탈(VC) 앤드리슨호로위츠 등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틱톡을 중국과의 관세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6일 “틱톡에 관해 중국 정부가 (미국 사업권 매각을) 승인하는 형태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성사되면 중국에 약간의 관세 인하나 다른 것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WSJ는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 당국이 (틱톡 매각) 협상과 관세를 포함한 여러 가지 문제를 두고 미국과 협상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계획을 지켜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