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관세에도 美 장악한 '중국산' PCB…"전자제품 필수부품"

미국 PCB 수입, 중국산 1위
中 PCB, 전체 수입액 중 30%
대만산 급증, 日·韓 뒤이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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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25% 관세'에도 미국의 인쇄회로기판(PCB) 수입국 1위를 기록했다. 대만이 중국 뒤를 바짝 따라붙으면서 미국 시장을 공략한 반면 한국산 수입액은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미국 PCB 시장은 해외 저가 제품의 공세로 자국 생산업체 성장이 제한되고 있다. PCB는 전자제품을 만들 때 사용되는 필수 부품이다. 전자 부품들을 연결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 중 하나다.

코트라가 인용한 IHS마킷 자료를 보면 지난해 미국의 PCB 수입액은 약 26억달러(약 3조8017억원). 전년보다 9.39% 증가했다.

미국이 PCB를 가장 많이 들여오는 곳은 중국이다. 지난해 PCB 전체 수입액 중 30.4%가 중국 몫으로 집계됐다. 7억8840만달러어치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7억4430억달러를 수입했던 전년보다 수입액이 소폭 늘었다.

중국은 대규모 생산 능력과 비용 절감 전략을 앞세워 미국 PCB 시장을 장악했다. 미국은 2018년 시행된 무역법을 근거로 중국산 PCB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해 왔다. 그런데도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중국산 수입액이 가장 많았다.

물론 미국 '관세 폭탄' 영향에 따라 시장 구도가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지난 2월엔 추가 관세 10%, 지난달에 또다시 10%를 더 떠안게 됐다. 기존 25% 관세에 추가로 20%가 부과된 것이다.

또 미국 정부는 이날 모든 국가에 대해 기본 관세 10%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대미 수출 규모가 큰 중국·일본·한국 등엔 기본관세 대신 상호 관세를 적용했는데 중국의 경우 34%가 적용된다. 단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엔 상호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 틈을 타 대만산 PCB가 미국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면서 중국산을 밀어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만산 PCB 수입액은 2023년 5억1860만달러에서 지난해 7억5730만달러로 46% 급증했다. 중국산 수입액과 비교하면 불과 3110만달러 차이다. 전체 수입액 중 차지하는 비중은 29.2%였다.

코트라는 "대만은 주로 반도체·네트워크 장비용 고급 PCB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유니마이크론 등 주요 PCB 제조사가 이미 애플, 엔비디아, 인텔과 거래 관계에 있어 최근 미국 반도체·서버 수요 증가의 수혜를 크게 봤다"고 설명했다.

일본산 PCB 수입액은 지난해 1억6860만달러로 6.5%를 차지해 대만 뒤를 이었다. 한국산은 1억439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수입액 중에선 5.6%를 차지했다.

한국 PCB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주요 사업자로 영향력을 유지하다 최근 대만 기업들에 밀려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자국 내 PCB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 'PCB 및 기판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산 PCB를 구매하는 기업에 25%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자국 PCB 제조기업엔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 골자다.

코트라는 "미국의 첨단 PCB에 대한 수요가 크고 공급선 다변화의 움직임이 지속 중이어서 반도체 기판, 고밀도(HDI) PCB, 고주파(RF) PCB 등 기술집약적 제품군을 중심으로 현지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기회는 여전히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의 '메이드인 아메리카' 정책이 강화될 경우 미국산 PCB 생산 확대가 예상되나 대량 생산·중저가 PCB에 대한 해외 의존도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