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시나리오 현실화"…상호관세에 美증시 시간외거래 '패닉'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예상보다 과격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정책이 발표된 데 따라 뉴욕증시가 시간외거래에서 급락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하기 직전 마감된 정규거래에서는 불확실성 해소를 기대하며 일제히 상승마감했다.

2일(현지시간) 시간외거래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선물은 2.7% 가량 내리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선물과 나스닥100선물도 각각 3.9%와 4.7% 급락 중이다.

정규장에서 5% 급등했던 테슬라는 시간외거래에서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해외에서 생산한 의류를 미국으로 수입해오는 나이키와 갭 역시 시간외거래에서 각각 7%와 12%가량 빠지고 있다.

중화권에서 위탁생산한 IT제품과 반도체를 수입하는 애플과 엔비디아도 각각 6%와 4% 하락 중이다.

수입제품을 판매하는 파이브빌로는 11% 급락 중이다.

앞서 이날 정규장에서는 다우지수가 0.56%, S&P500지수가 0.67%, 나스닥지수가 0.87% 상승한 바 있다. 정규장 마감 직후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로 불확실성 해소를 기대한 상승이었다.

하지만 관세 부과 방식이 복잡하고, 관세율 자체도 예상보다 높다는 평가에 시간외거래에서 투매가 나타나는 양상이다.

이날 정규장 마감 후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교역상대국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국가별로 미국산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에 따른 상호관세를 추가해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관세율이 54%에 달할 것이라는 백악관의 설명을 미 CNBC는 전했다. 기존 관세울에 새롭게 도입된 상호관세율을 더한 계산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총 10~20% 수준의 관세율을 예상했지만, 대다수 국가의 관세율이 20%를 웃돌았다. 한국은 25%, 일본과 유럽연합은 24% 등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무역 상대국)이 우리에게 부과하는 관세의 절반 정도를 부과할 것”이라며 “이는 완전한 상호 관세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패닉에 빠졌다.

우선 관세 부과 방식의 복잡성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가 우려됐다. 아트 호건 B.라일리웰스매니지먼트 수석 시장 전략가는 “이번 발표는 지금까지 이 행정부가 내놓은 정책 중 가장 혼란스러운 조치 중 하나”라며 “추가된 복잡성과 예상보다 높은 관세율은 시장에서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율의 관세 부과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관세 부과에 따라 미국 내 물가가 다시 상승하면 소비를 짓누를 수 있어서다. 래리 텐타렐리 블루칩트랜드리포트 수석기술전략가는 “만약 10%의 관세율이 발표됐더라면 시장은 오히려 상승했을 수도 있다”면서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관세 조치가 나왔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상호관세 발표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로 현실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주목해야 할 변수는 미국과의 개별협상으로, 상호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주요국의 협상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일부 국가에 대한 관세율이 다소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