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걸린 베토벤 음반, 미치게 사랑했기에 가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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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최희연 기자간담회
3월 28일 베토벤 소나타 전곡 앨범 출시
오는 10일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

‘베토벤 전문가’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최희연(57)이 돌아왔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집 ‘테스터먼트’를 내놓으면서다. 9장의 음반으로 구성된 이번 신보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10년에 걸쳐 제작한 결과물이다.
최희연은 1999년부터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하다, 2023년 미국 명문인 피바디 음악원 교수로 임용되면서 해외에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다. 그는 오는 1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을 연다.

당초 최희연이 베토벤 소나타 전곡 녹음을 제안받은 건 2003년의 일이다. 이듬해 결혼과 출산을 거치면서 계획이 중단됐고, 2015년 다시금 기회가 찾아오면서 베토벤 소나타 전곡집을 완성하게 됐다. 그는 "임신했을 때 작은 움직임에도 태아가 위험한 상황이란 진단을 받았다"며 "생명에만 집중하기 위해 첫 기회를 날렸고, 두 번째 제안이 왔을 땐 '나만의 목소리를 이젠 찾은 것 같다'는 생각에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했다.
"녹음할 때마다 부족하단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중간중간 몇 년씩 뜸을 들이게 됐죠.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를 붙이면서 속도를 냈지만요. 10년 만에라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완주한 건 제게 큰 행운이에요."

"뵈젠도르퍼의 소리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죠. 수제 악기다 보니 피아노마다 음색도 조금씩 다르지만, 일단 이 악기는 칸타빌레('노래하듯이'란 뜻의 이탈리아어) 사운드가 뛰어납니다. 한 음의 지속 시간도 굉장히 길죠. 또 빈에서 태어나고 자란 뵈젠도르퍼가 만든 악기이니만큼 베토벤이 과거 생각했던 소리, 원했던 감각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절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끝으로 그는 오늘날 베토벤 음악을 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베토벤이 침묵 기간을 깨고 진화해 간 방향은 '통일(unity)과 화합'이에요. 특히 후기 소나타는 합창 교향곡과 같은 평화, 형제애 관련 메시지를 담고 있죠.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이잖아요. 그 어느 시대보다 베토벤의 음악이 절실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