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단지, 같은 동에서 신고가 '폭주'…'여보, 지금이라도 살까'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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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 멈추지 않는 '마·성·광' 집값 전망은?
차급지 신고가 이어지고 있지만…"활발하진 않아"
"토허구역 확대 지정, 부동산 시장 숨고르기"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3일 24억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거래는 지난해 6월로 19억9000만원이었는데 9개월 만에 4억1000만원이 뛰어 신고가를 기록했다.
현석동에 있는 '래미안웰스트림' 전용 84㎡도 지난달 22일 23억5000만원에 팔려 올해 최고가를 기록했다. 토허구역이 재지정되기 전 거래된 매물이다. 지난 1월 20억원보다 3억5000만원이 더 올랐다.
성동구에서도 신축과 구축을 가리지 않고 신고가가 쏟아지고 있다. 옥수동에 있는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84㎡는 지난달 2일 2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만 해도 19억원에 팔렸던 면적대로 당시보다 4억5000만원이 올라 최고가를 기록했다.
성수동2가에 있는 '한신한강' 전용 84㎡도 토허구역 확대 지정이 시작된 지난달 24일 26억원에 새 주인을 찾아 올해 최고가를 새로 썼다. 같은 동 '청구강변1' 전용 84도 지난달 13일과 15일 각각 25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터치했다.
광진구에도 수요가 몰렸다. 광장동에 있는 '광장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지난달 17일 22억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인 20억6000만원보다 1억4000만원 올랐다. 같은 동에 있는 '극동1' 전용 84㎡도 지난달 11일 19억원에, '극동2' 전용 84㎡도 지난달 18일 18억7000만원에 팔려 최고가를 기록했다.

성동구 옥수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이 토허구역에서 해제되면서 강남권 거래가 활발해지지 않았느냐"며 "이런 분위기가 비강남권 중 수요가 많은 성동이나 마포 등으로 넘어오면서 신고가 거래가 나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지난달 24일 토허구역이 강남 3구와 용산구 등으로 확대 지정된 이후에도 문의는 있지만 거래 자체는 뜸하다는 게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광진구 광장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토허구역 확대 지정 이후 강남권에 집을 사기 어려워졌으니 주변 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것이란 얘기가 많이 나오면서 문의가 꽤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가격이 짧은 기간에 너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집주인들은 더 높은 가격에, 실수요자들은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사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거래 자체는 뜸하다"고 말했다.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도 "아직은 신고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과열이 되면 마포나 성동, 동작 등도 규제 지역으로 묶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분위기 자체가 식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도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과 거래 시장의 불법행위 단속을 정부가 공언한 만큼 당분간 거래 시장에서 휴지기가 이어지면서 이달 서울 부동산 시장은 한 박자 쉬어가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토허구역 확대 지정 이후 시장 전체가 움직이기보단 선별적으로 물건을 찾는 수요가 많다"며 "예컨대 비규제지역의 빌라, 재건축 호재가 있는 아파트 등 범위가 굉장히 좁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래량 자체는 줄어들겠지만 이에 따라 가격이 영향을 받을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토허구역 확대 지정으로 집값은 엇갈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3월 다섯째 주 기준 서울 집값은 전주보다 0.11% 오르면서 전주 상승률을 유지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성동구가 0.3% 오르면서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마포구의 경우 0.18%, 광진구는 역시 0.13% 상승했다. 반면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집값 상승 폭이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강남구는 0.21% 올라 토허구역 지정 전인 이달 셋째 주 기록한 0.83%보다 큰 폭으로 낮아졌다. 송파구도 0.28%, 용산구도 0.2%를 기록해 규제 해제 전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매물도 크게 줄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토허구역 확대 지정이 시행된 열흘 전 대비 서울 아파트 매물은 0.6% 줄었다. 자치구별로 보면 송파구가 6583건에서 5653건으로 14.2% 쪼그라들었다. 서초구도 12.2%, 강남구도 8.5% 감소했다. 용산구(-6%), 강동구(-0.8%) 등도 매물이 감소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