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대미 관세 50%"…황당 숫자 어디서 나왔나 보니 [美 상호관세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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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25%, EU 20%, 일본 24%보다 높아
대미 무역적자 이용해서 임의 계산 후 "환율 및 비관세장벽 반영" 주장한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발표한 국가별 상호관세 계산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미 관세율을 67%, 대만의 관세율을 64%, 한국 관세율을 50%, 일본의 관세율을 46% 등으로 표기한 표를 들고 나왔다. 이 숫자의 절반 수준으로 상호관세율을 정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그가 각국의 수출 규모와 대미 무역 흑자 규모를 임의로 이용해서 해당 관세율을 산출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제학자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대표가 소셜미디어 X에 게시한 글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지난해 6058억달러를 수출하고 2356억달러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이를 나누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표의 39%와 일치한다.
같은 식으로 한국도 지난해 1315억달러를 수출했고 658억달러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이를 계산하면 50%가 나온다. 중국은 수출액 4389억달러, 2954억 대미 무역흑자로 67% 등 모든 나라의 수치가 이와 일치한다.
백악관에서는 환율조작과 비관세 장벽을 포함했다면서 이를 눙치고 넘어가려 했지만, 실제로는 엄정한 계산을 할 시간도 역량이 없었다는 것을 실토한 셈이다. 브레머 대표는 "이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멍청하다"면서 "미국에 대한 관세율 표가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같은 해석이 많은 이들에게서 속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달리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임스 수로비츠키 뉴요커지 금융담당 칼럼니스트는 "어떻게 해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여기에 서명을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 수치가 오직 상품교역만을 반영하고 있어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서비스 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은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산 커피에 32% 관세를 부과하려 하는데, 미국은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거의 모든 나라에 커피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예를 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자 그대로 '비교 우위'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이 작성한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 언급된 한국의 무역장벽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이 안 되고 있다는 점, 군수품 수출시 기술이전 등 '보너스'를 주는 관행(절충교역) 등을 언급했지만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도 공통적인 관행이거나 해당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사안들이었다.
트럼프 정부는 이날 기자회견과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일부 언론을 상대로 진행한 사전 브리핑에서도 한국의 대미 관세율이 미국이 한국에 적용하는 관세율의 4배 수준이라는 엉터리 자료를 다시 한 번 언급했다. 그동안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인교 통상산업본부장 등을 비롯해 한국 정부가 수없이 그 수치가 잘못되었다고 바로잡아주었는데도 무시하고 입맛에 맞는 자료를 다시 한 번 인용한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그런 가짜 수치를 인용하지 않고서는 한국에 관세를 부과할 근거가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