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1만9000원 '폭등'…개미 '쪽박' 우려 쏟아진 종목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이재명 테마주 오리엔트정공
넉 달 만에 주가 1074% 폭등
‘형지 3형제’도 급등세 연출

김동연 도지사 테마주도 상승
김문수·한동훈·안철수株 불끈

증권가 “직접 관련 없는 주식이 태반
투자자 10명 중 9명은 손해 볼 우려”
거래소 “정치 테마주 과열방지 조치”
사진=뉴스1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국정 혼란이 매듭을 짓는 모양새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탄핵소추안을 인용한다고 재판관 8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윤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두 번째로 탄핵 소추로 대통령직을 내려놓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에 차기 대통령 선거는 탄핵 인용 결정 날부터 60일 이내로 확실시됐다. 일각에선 6월 3일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 정치 테마주는 활개를 쳤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 선호도가 34%(4일 한국갤럽 여론조사)로 1위를 달리자 관련주로 묶이는 주식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Getty Images Bank.

‘이재명 테마주’ 오리엔트정공 넉 달 만에 1074% 폭등


이중 오리엔트정공은 이 대표가 청소년 시절 계열사인 오리엔트시계 공장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가장 많이 올랐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1만3170원으로 넉 달 전(2024년 12월 2일 1121원)보다 1074.84% 폭등했다. 금요일 장중 1만9220원까지 치솟았고 하루 8646억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시가총액(4181억원)의 2배 이상이다.
오리엔트정공 주가 월봉 그래프 캡처.
시총은 불었지만 실적은 이에 미치지 못해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이 회사는 2021년 매출 1149억원, 영업이익 4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1734억원, 영업이익 12억원으로 3년 만에 각각 50.91%, 200% 증가했지만 이익률은 1%가 안 되고 부채비율 또한 200%(지난해 말 161.43%)에 육박한다. 동종업계에서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2059억원을 번 성우하이텍(시총 4264억원)과 시총이 비슷하다. 같은 기간 최대주주가 오리엔트인 오리엔트바이오도 주가(2024년 12월 2일 472원)가 294.49% 뛰었지만 실적에 비해 거품이 껴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다른 이재명 테마주 ‘형지 3형제’도 기세가 무섭다. 맏형 격인 형지글로벌의 주가는 1만1410원으로 (3월 24일 2565원) 2주도 안 돼 344.83% 폭등했다. 같은 기간 형지I&C 247.97%, 형지엘리트는 53.19% 올랐다. 이들은 이 대표의 무상교복 정책과 관련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에서 의원들과 인사나누고 있다. / 뉴스1
이 밖에 이 대표의 고향인 안동에 본사가 있다는 이유로 동신건설의 시총(4704억원)은 올해 영업이익 1260억원이 전망되는 아이에스동서(5014억원)와 비슷하다. 동신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억원이었다. 고점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김근한 동신건설 대표의 친인척인 우손숙 씨가 보유한 주식 9만5302주를 처분했다. 1주당 평균 6만1474원에 매도했는데 금액으로 환산 땐 58억5860만원 수준이다. 또 이 대표가 성남시장 당시 최대주주가 성남창조경영자포럼 운영위원을 맡은 에이텍 등이 대표적인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다.


김문수 장관 테마주 평화홀딩스 29%·한동훈 테마주 대상홀딩스 15% 올라


이 대표 독주지만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테마주 PN풍년도 움직였다. 이 회사는 김 지사 정책에서 과거 자영업자 지원 및 중소기업 정책 연관성이 부각된 것과 최상훈 감사가 덕수상고·국제대(야간대학) 동문이라는 이유로 김동연 테마주로 꼽힌다. 주가는 6080원으로 전일 대비 9.16% 상승했다.

국민의힘 잠룡 테마주도 꿈틀하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테마주로 분류되는 대상홀딩스는 전일 15.31% 올랐다. 임세령 부회장이 한동훈 전 대표의 현대고등학교 동창인 배우 이정재와 연애를 한다는 이유로 테마주에 속해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테마주인 평화산업과 평화홀딩스도 각각 19.85%, 29.93% 상승했다. 이들 자회사 소재지가 김 장관의 고향인 경북 영천과 같다는 이유에서다.
평화홀딩스 주가 일봉 그래프 캡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테마주인 써니전자와 안랩도 각각 30%, 20.54% 폭등했다. 써니전자는 송태종 전 대표가 안철수 연구소 출신이라는 것과 안랩은 안 의원이 최대주주라 테마주로 분류된다.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주인 진양산업은 25.39%, 진양화학 30% 폭등했다. 진양그룹은 양준영 KPX그룹 회장이 오 시장과 고려대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묶였다. 플라스틱, 화학 제품, 의약품 등을 주로 생산하는 진양그룹은 KPX그룹 계열사다.

홍준표 대구시장 테마주로 불리는 경남스틸은 헌재 선고 이후 상한가로 직행했다. 경남스틸 주가 상승 배경엔 홍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원에 위치했고 최충경 회장이 과거 경남상공회의협의회 회장 재임 당시 홍 시장이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사는 포스코 가공센터로 포스코에서 생산한 냉연 및 열연 철강재를 공급받아 고객사들이 주문하는 규격에 맞춰 납품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4일 서울 서초구 청계재단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원조 정치 테마주 이화공영은 법정관리 신청

한편 원조 정치 테마주의 말로는 비참하다.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테마 대장주’로 이름을 알린 이화공영(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34위)은 당시 주가가 25배 뛰었는데 현재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지난 1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 및 회사 재산 보전처분 등을 신청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099억원, 영업손실 413억원으로 전년 대비 27.27%, 3654% 후퇴했다. 2019년부터 영업이익 1억원, 2020년 8억원, 2021년 영업손실 48억원에 그칠 정도로 영업 실적은 미미했다.

당시 한반도 대운하 테마주로 인식되며 대선일 12월 19일을 앞두고 7월 940원 ‘동전주’였던 이 회사의 주가는 4대강 사업 기대감에 2만5543원(유상증자 가격 등 반영)까지 치솟았다. 당시 대우건설, 현대건설, GS건설 등 내로라하는 건설사보다 시가총액이 높았다. 하지만 5일 주가는 1616원으로 거래정지 상태고 시가총액은 360억원에 그친다.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이사회·총회 의장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김상협 GGGI사무총장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또 ‘반기문 테마주’로 유명했던 코스닥 상장사 지엔코도 내리막길이다. 당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외조카가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조명을 받았다. 의류 및 잡화 제조·판매를 하는 이 회사는 2016년 4월 11일 1515원에서 같은 해 12월 16일 9550원까지 530.36% 폭등했다. 하지만 2017년 5월 9일 19대 대선을 앞두고 반 전 사무총장이 2017년 1월 불출마를 선언하며 주가는 ‘땅굴’까지 떨어졌다. 현재 주가는 143원으로 시가총액 154억원에 그친다. 2023년 영업이익 79억원을 제외하곤 최근 5년간 영업 손실이다. 당시 반기문 테마주로 보성파워텍, 씨씨에스, 성문전자, 파인디앤씨, 부산주공 등도 사세가 예전만 못하다.
지엔코 10년간 월봉 그래프 캡처.

이재모 아리스 대표 “개인 투자자, 폭탄 돌리기 피해 볼수도”


독립리서치를 운영하는 이재모 아리스(ARIS)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에 정치 테마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정치인들의 법적 리스크와 이에 따른 이해득실의 사후적 해석으로 관련도 없는 회사들의 주가 급등과 급락이 빈번해 개인 투자자들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대부분의 정치 테마주는 학연, 지연, 혈연 등 정치인과 관계성을 부며하며 관련주로 묶이고 일부 커뮤니티에서 무분별하게 띄워주기식 글이 올라오지만 사실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매번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주식시장의 특성상 주가 상승 트리거가 있어야 수급이 쏠리고 주가도 오르듯, 이슈몰이를 좋아하는 한국 증시의 오랜 분위기에서 비롯된 수급 싸움이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수급 싸움에 특화된 전문 트레이더들은 실제 해당 내용의 진위보다는 매매 시점의 수급 동향이나 여론 정세에 따라 투자 판단을 하는 훈련이 잘 되어 있고, 철저한 매매 원칙으로 접근하기에 그들에겐 유익한 투자 재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은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개인의 경우 실시간 대응이 힘들고 투자 원칙을 지키기 쉽지 않다”며 “급등하는 가격만 바라보고 ‘묻지마 베팅’을 하는 건 좋지 않은 투자 습관이다”고 지적했다. 실제 “5년에 한 번꼴로 움직이는 정치 테마주는 잘못 건드리면 5년 내내 해당 종목에 자금이 묶일 수 있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기업 펀더멘탈이 아닌 수급에 의해 형성된 주가는 개인들이 대부분 고점에 살 확률이 높고 ‘폭탄 돌리기’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개인이다”며 “10명 중 9명은 필패 가능성이 높으니 해당 기업들은 관심을 갖지 않고 정석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결정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 현황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1.28포인트(p)(0.86%) 하락한 2465.42, 코스닥 지수는 3.90p(0.57%) 상승한 687.39로 장을 마감했다. 최혁 기자

한국거래소 “테마주 과열방지 조치 시행 중”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탄핵정국 관련 정치 테마주의 과도한 급등락으로 투자자들의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테마주 과열방지를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먼저 시장 참여자 간 정보 불균형 해소를 위해 테마주 대상 시황변동 조회 공시를 적극 발동하고 있다. 주가 급변 또는 풍문이 있는 경우 상장법인이 미공개 중요정보 여부를 시장에 공시하도록 요구하는 것인데 매매일 익일 오후 18시까지 답변해야 한다.

또 “특정 종목에 투기적 거래 또는 불공정 거래 개연성이 있는 경우 투자주의→경고→위험’ 3단계 경보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며 “경고·위험종목 지정 시 신용거래 제한과 매매거래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경고 종목 지정 시 신규 신용거래 제한, 위탁증거금 100% 징수, 지정 후 2일간 40% 상승 시 하루 매매거래 정지가 된다. 투자위험 종목 지정 땐 투자경고 종목 지정 효과는 계속되고 지정 시 하루 매매거래 정지와 위험 종목 지정 3일간 연속 상승 시 매매거래정지 하루가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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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