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호메이’부터 ‘콰이어트 선’까지…4월은 프랑스 예술영화의 시간

4일부터 13일까지 ‘2025 프랑스영화주간’
서울 아트나인·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상영

국내 미개봉작 10편 선봬…국내외 영화제 수상·출품작
2025 프랑스 영화주간. /주한프랑스대사관, 아트나인 제공
예술영화에 푹 빠진 ‘씨네필(Cinephile·영화 애호가)’에게 프랑스 영화는 보물창고와 같다. 미국 할리우드가 자본으로 무장한 블록버스터 상업영화로 산업을 이끈다면, 프랑스는 독특한 취향과 남다른 철학적 깊이를 품은 영화들이 태어나는 예술영화의 요람이다. 영화관을 찾는 발길이 줄었다지만, 역설적으로 예술영화 상영관은 붐비는 요즘 극장가에서 프랑스 영화가 주목받는 이유다. 트란 안 훙 감독의 ‘프렌치 수프’가 지난해 보여준 흥행은 높아진 프랑스 영화의 수요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다.

“요즘 볼만한 영화 찾기가 어렵다”는 영화 애호가들의 흥미를 끌 영화들이 온다. 봄을 맞아 서울과 부산에서 그간 만나지 못했던 프랑스 영화들이 상영된다.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아트나인, 영화의전당 공동 주최로 오는 4일부터 13일까지 ‘2025 프랑스영화주간’이 진행된다. 국내 미개봉 최신 프랑스 영화 10편을 선보이는 자리다.

상영작은 극영화 7편, 다큐멘터리 2편, 애니메이션 1편으로 구성됐다. 로맨스, 미스터리, 드라마, 코미디 등 장르도 다양하다.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과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각각 상영된다. 주최 측은 “작품 상영과 함께 상영작 모두 ‘관객과의 대화(GV)’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영화를 보다 깊이 만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다호메이' 스틸. /네이버영화
칸부터 부산까지…영화제가 PICK한 수작들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베를린·베니스 국제영화제는 물론 지난해 부산·전주국제영화제가 점찍은 수준 높은 작품들이 상영 시간표를 채웠다. 눈에 띄는 작품은 마티 디옵 감독의 ‘다호메이’다. 한국 예술영화를 대표하는 홍상수 감독이 프랑스 대표 배우인 이자벨 위페와 호흡을 맞춘 ‘여행자의 필요’를 누르고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을 받은 작품이다. 프랑스가 약탈한 유물을 아프리카 본국 베냉으로 반환하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시적인 시선의 연출이 호평받았다.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인 ‘콰이어트 선’도 눈길을 끈다. 델핀, 뮈리엘 쿨랭 자매가 연출한 영화로 홀로 두 아들을 키우는 철도 노동자 가족 앞에 닥친 비극을 시사적으로 풀어냈다. 지난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어느 파리 택배기사의 48시간’은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샹젤리제 거리 등 화려한 파리에서 흔히 마주치게 되는 불법 체류 이민자의 초상이란 점에서 인상 깊다.

장 바티스트 뒤랑 감독의 ‘쓰레기장의 개’는 국내 영화 애호가들에게도 익숙하다. 세자르상 데뷔 작품상을 받은 작품으로,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국제경쟁 부문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그 여름의 시간들’과 에마누엘 무레 감독의 ‘알리스, 조안, 레베카의 사랑’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됐던 영화다.
아트나인 시네마 테라스 상영작 포스터. /아트나인 제공
이 밖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초청작인 자비에 르그랑 감독의 ‘후계자’, 크리스티앙 앙고 감독의 ‘가족’, 캉뗑 두피우 감독의 ‘다아아아알리!’, 뱅상 파로노드 감독의 ‘인투 더 원더우즈’ 등도 상영된다. 프랑스영화주간 동안 아트나인에선 ‘프렌치 수프’,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등 7편의 프랑스 영화 작품을 테라스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