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금속을 쌓는다…DN솔루션즈 '금속적층' 시장 본격 진출

DN솔루션즈가 지난 2일 부산 벡스코에서 DN솔루션즈가 연 공작기계 전시회 DIMF2025를 통해 금속 적층제조 장비인 DLX시리즈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참석자들이 DLX 시리즈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부산=황정환 기자

네모 반듯한 박스 같은 기계 속 챔버(공정이 이뤄지는 공간). 도화지처럼 하얀 작업대 위 레이저빔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 복잡한 형상의 금속 띠가 만들어졌다. 도포된 금속 분말이 레이저를 만나 녹으면서(용융) 합쳐져(융합) 만들어진 금속 띠가 겹겹이 층을 이루면서 매끈한 금속 부품이 만들어졌다. 2일 국내 최대 공작기계 업체 DN솔루션즈가 처음으로 공개한 ‘적층제조’ 장비 DLX450의 모습이다.

DN솔루션즈가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초정밀 금속 부품을 만드는 금속 적층제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33년 시장 규모가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성장 영역이다. 금속을 깎고, 가공하는 공작기계로 세계 3위 업체로 성장한 DN솔루션즈가 최고 난이도인 ‘쌓는’ 시장까지 진출하는 것이다.

○초정밀 부품 제조에 강점

김원종 DN솔루션즈 대표는 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DN솔루션즈 자체 공작기계 전시회 ‘DIMF2025’에서 기자들과 만나 “적층 방식은 가공 후 조립 과정을 단축하고 절삭으로 구현이 불가능한 형상을 만들 수 있어 무한한 혁신 가능성이 있다”며 “새롭게 열리고 있는 적층제조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DN솔루션즈는 매출액 기준 세계 3위 공작기계 업체다. 소재를 깎는 터닝센터(TC), 가공하는 머시닝센터(MC) 분야에선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한국을 비롯해 영국, 이탈리아, 호주 시장에선 시장 점유율 1위, 미국과 중국 등 대형 시장에서도 각각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제조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1997년부터 해외 바이어들에게 주요 제품을 소개하는 자체 전시회인 DIMF를 2년마다 열고 있다. 2일부터 5일까지 열린 이번이 15번째 행사로, 1000여명에 달하는 해외 바이어가 부산을 찾았다.

이번 행사의 주인공은 적층제조 장비다. DN솔루션즈는 금속적층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파우더 베드 퓨전(Powder Bed Fusion·PBF) 방식의 장비를 새롭게 내놨다. 항공기 엔진 부품, 회로기판, 센서, 터빈 블레이드 등 산업 부품부터 임플란트 보철 등 의료 소재까지 경량화와 복잡한 구조 설계가 요구되는 고가의 제품 제조에 활용되는 고난이도 기술이다.

DN솔루션즈는 지난 3월 인도 최대 금속 적층제조 장비 업체인 인텍에 지분 투자 및 전략적 파트너쉽을 체결하는 등 적층제조 역량 확보를 준비해왔다. 시장조사기관 스페리컬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금속 적층제조 시장은 2023년 52억6000달러(8조원)에서 2033년 193억4000만달러(29조원)로 연평균 14%대의 빠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공작기계 넘어 자동화 플랫폼으로”

DN솔루션즈는 자동화 소프트웨어(SW) 기술력 소개에도 공을 들였다. DN솔루션즈는 453개에 달하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들의 제품군이 200여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2배 수준이다.

김원종 DN솔루션즈 대표가 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DIMF2025 DLX 신규 공개 행사에서 적층제조로 제작된 부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DN솔루션즈 제공

이처럼 다양한 공작기계 라인업에 공정 전체를 자동화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결합시켜 인력 없이도 24시간 가동되는 ‘다크 팩토리’ 구축을 돕는 ‘솔루션’ 업체로 진화한다는 것이 DN솔루션즈의 전략이다. 제품 개발을 주도하는 배규호 DN솔루션즈 수석 부사장은 “수요 기업이 도면과 부품만 갖고 오면 설비부터 생산 프로그램, 자동화 솔루션까지 공정 전체를 맞춤형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라며 “전 세계 제조업체들이 가진 인력 부족에 대한 고민을 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적층제조와 자동화 솔루션이란 두 가지 무기를 바탕으로 현재 2조원대인 매출액을 2030년까지 4조원대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DN솔루션의 목표다. 지난해 DN솔루션즈는 매출액 2조1120억원, 영업이익은 4105억원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SW 역량을 높이기 위해 고급 연구 인력이 풍부한 인도에 R&D 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며 “현재 500명 수준인 R&D 인력을 2032년까지 1000명 이상으로 늘려 기술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