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홀린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며'…제자들도 총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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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국제음악제올해 통영국제음악제(TIMF)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의 타계 30주기를 기리기 때문이다. 이번 음악제에선 윤이상 추모를 주제로 한 공연과 학술 세미나가 열려 음악인들이 그의 업적을 되돌아볼 기회가 마련됐다.
타계 30년…특별한 추모제
통영음악제 '추모 학술세미나' 열려
도시 곳곳은 독일 생가 등 그의 흔적
윤이상은 유럽에서 이름을 날린 1세대 한국인 음악가다. 경남 통영에서 유년·학창 시절을 보낸 그는 1955년 유럽 유학을 떠난 뒤 1972년 독일 서베를린음대의 작곡과 교수가 된다. 당시 뮌헨올림픽 기념 문화 행사에서 오페라 ‘심청’을 만들어 초연했다. 1984년엔 자신의 교향곡 1번을 베를린 필하모닉 창단 100주년 기념 공연으로 초연하기도 했다. 다만 1967년 간첩 혐의로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한국에서 옥살이를 치러 후일 논쟁거리를 남겼다. 스트라빈스키, 카라얀, 죄르지 등 독일에서 활동하던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그를 구명하기 위해 한국에 탄원서를 보낸 일화가 유명하다. 통영국제음악당엔 1995년 별세한 윤이상의 묘비가 있다.

통영시가 2003년 시작한 윤이상국제콩쿠르도 신진 음악가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이 대회는 윤이상이 처음 전공한 악기인 첼로를 비롯해 피아노, 바이올린 등을 해마다 돌아가며 다룬다. 임윤찬은 2019년 이 콩쿠르에서 15세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첼로 신동인 한재민은 2022년 우승자다. 윤이상에게 영향을 받은 예술가도 많다. 시각예술가 양혜규는 지난해 영국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윤이상의 ‘이중 협주곡’을 활용한 작품인 ‘윤에 따른 엇갈린 랑데부’를 선보이는 개인전을 열었다. 피아니스트 최희연은 현대음악을 처음 만난 순간으로 윤이상의 작품을 연주했던 때를 꼽는다.
TIMF를 즐기러 온 이들은 통영 곳곳에서 윤이상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통영항 주변에는 그의 기념공원이 있다. 공원 한가운데를 그의 독일 생가를 재현한 ‘베를린하우스’와 유품, 사진을 전시한 윤이상기념관이 차지하고 있다. 기념관 앞마당에선 인디 가수들이 공연하는 통영프린지 무대가 열린다. 벽화와 화분이 늘어선 음악여행길도 걸을 만하다. 윤이상이 보통학교를 다니던 길을 따라 만든 산책 코스다. TIMF는 오는 6일까지 계속된다.
통영=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