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약과의 전쟁'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무려 2t 규모, 시가 1조원 상당의 마약이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과 관세청은 엊그제 미국 FBI 첩보를 바탕으로 강릉 옥계항에 입항한 노르웨이 선적 벌크선을 수색해 대량의 코카인을 찾아냈다. 중량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67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이 선박은 멕시코에서 출발해 에콰도르, 파나마, 중국 등을 거쳐 국내에 입항한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엄청난 밀반입 규모는 그만큼 마약 수요가 많다는 방증일 수 있다. 마약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광범위하게 침투했다. 최근 마약류인 졸피뎀을 해외 직구를 통해 밀수한 현직 약사가 검거됐고 서울 강남 클럽 앞의 한 차량에서 남녀 5명이 집단으로 마약을 복용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해엔 명문대 연합동아리 대학생 6명이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돼 충격을 안겼다.

당국의 마약사범 적발 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2만3022명으로 2년 연속 2만 명을 웃돌았다. 전체 마약 범죄자 중에서 10~30대 비중이 60% 이상이어서 더 우려스럽다. 밀반입 시도 역시 늘고 있다. 인천공항과 부산항 등 전국의 국경에서 압수된 불법 마약류는 2022년 804㎏, 2023년 998㎏, 2024년 1173㎏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마약류 밀수기법이 지능화하는 만큼 국경에서 적발되지 않은 마약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월 정부는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마약류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비대면 거래 등 갈수록 교묘해지는 마약 투약 및 거래 범죄를 줄여나갈 수 있을지 속단하기 어렵다. 특히나 더불어민주당 등은 지난해 예산을 일방 처리하면서 검찰의 특정업무경비(506억원)와 특수활동비(80억원), 경찰 특수활동비(31억원) 등을 전액 삭감했다.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따른 검찰의 마약 수사권 위축이 지금같은 결과를 야기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번 정부가 수사권을 복원했지만, 빠른 속도로 창궐하는 마약을 제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체류 외국인들의 새로운 마약 수요도 늘고 있는 만큼 신속하고도 엄정한 대응이 절실하다. 통제 불능에 빠지기 전에 마약과의 전면전을 시작해야 한다.